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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왜곡한 판·검사 처벌, 법왜곡죄 신설하자"
과연 이땅에 법의 정의는 존재하는가 ?
사법연대 기사입력  2019/07/07 [08:52]

법 왜곡한 판·검사 처벌, 법왜곡죄 신설하자"

[기고] 사법부의 법률 해석 독점, 민주적 통제 필요하다
 
"법 왜곡한 판·검사 처벌, 법왜곡죄 신설하자"


과연 이 땅에 법의 정의는 존재하는가?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 그러나 '유전무죄 무전유죄'와 '전관예우'가 어느덧 우리 사회의 상식으로 군림하게 된 현실에서 이 말은 무력하기 짝이 없다. 과연 우리 사회에서 ‘법의 정의’는 진실로 작동되고 있는 것인가?

현직 부장판사가 뇌물을 받아 구속돼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현직 검사장이 비리로 구속 수감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러나 정작 국민들은 이러한 일들을 빙산의 일각으로 여기고 있다. 지난해 OECD 조사에 의하면, 사법부 신뢰도는 27%로 42국 중 39였다. 

우리 사회에서 국민들은 오직 법에 의해 '통치'되고 '지배'받는 대상일 뿐이다. '개돼지'로 모욕받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일상적으로 법률 집행자들에 의한 왜곡된 법 적용에 의해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출직'이 아니라 단지 '시험'에 의해 선발된 그들에 대한 아무런 통제 장치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을 비롯하여 많은 정치적 편향의 시국사건은 다시 언급할 필요도 없고,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하다가 진범이 잡혀 재심 절차가 이뤄지거나 진범이 밝혀졌는데도 아직 재심이 개시되지 않은 형사사건도 적지 않다. 그러나 어느 한 사건에서도 관련 판사나 검사가 처벌된 적이 없다. 아니 한 마디의 사과조차 거의 한 적이 없다.

법의 정의 실현은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마지막 보루이다. 그러나 법률을 집행함으로써 법치주의 실현을 솔선수범해야 할 당사자들이 "사리를 추구해 법을 왜곡하는" '순사왕법(徇私枉法)'을 일삼는다면 우리 사회의 정의를 지탱하는 근거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이러한 행위는 일반 범죄보다 범죄성이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다.  

누가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있는가?  

독일 형법 제339조는 "법관, 기타 공직자 또는 중재인이 법률 사건을 지휘하거나 재판함에 있어 당사자 일방을 유리하게 하거나 법을 왜곡한 경우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법왜곡죄'다.  


독일을 비롯해 스페인, 노르웨이, 중국 등 적지 않은 국가에서 이러한 법왜곡죄를 규정하고 있다. 필자는 5년 전에 한 일간지에 법왜곡죄 도입을 주장하는 기고문을 발표한 바 있었다.

지금 법왜곡죄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법왜곡죄 도입이 법적 안정성을 해칠 우려 혹은 사법부 판결에 대한 도전을 반대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지금 정작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사법부 판결에 도전하는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는 적지 않은 경우 아이러니하게도 법원 자신이다. 예를 들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위헌 무효로 결정해놓고도 이후 대법원 소부나 하급심에서 정치권력의 입맛에 맞게 이를 뒤집어 "긴급조치는 고도의 통치행위로서 정부의 배상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계속 내리고 있다.

또한 사법 정의를 기저로부터 무너뜨리는 광범위한 전관예우 현상이나 최근 일련의 사건에서 폭로되고 있는 고위 판사의 뇌물 수수 그리고 '판사·서울대 법대·50대 남성'이라는 특정 집단에 의한 대법관 구성의 획일화 및 독점 현상 등은 법적 안정이 지나쳐 지속적으로 보수화되고 기득권화의 경향이 과도하게 진행됨으로써 법원이 스스로 개혁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을 분명하게 노정시키고 있다. 정치권력에의 종속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검찰의 기소권 남용으로 인한 폐해는 여기에서 재론할 필요조차 없다.

▲     ©사법연대

 
법왜곡죄, 시민주권의 민주주의의 출발점  

법왜곡죄를 도입해 법을 왜곡한 판검사를 처벌하는 것은 분명 획기적인 진전이다. 그러나 재판 과정만이 아니라 법 집행 과정에서 허다한 왜곡 현상이 발생하고 그 고통이 고스란히 대중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처벌 대상을 판사, 검사로 국한시키는 것은 오히려 비현실적이고 대중들의 법 감정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우선 현재 논의되고 있는 '공수처'라든가 혹은 청와대 감찰관, 각 부처 감찰부서, 또는 금융감독원과 특허청 등의 준사법기관 등에서 나타날 수 있는 법 왜곡 현상은 어떻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인가? 따라서 적용 범위를 법률 집행 기관까지 확대해 법 왜곡 행위 조항을 적용하는 것이 전체 사회의 법 왜곡 현상을 바로잡고 국민이 소망하는 법적 정의를 실현하는 방안이라고 판단된다. 

예를 들어, 국회에서 개정된 변리사법 제3조 '변리사 자격' 조항은 전문성 강화를 취지로 하고 있는 바, 시행령 제정 주체인 특허청은 도리어 전문성 강화라는 본래의 목적과 어긋나게 시행령을 제정함으로써 국회의 관련법 개정 취지를 부정했다. 이는 법률을 제정한 국회의 입법권과 국민 의사를 부정하는 것이다. 시행령에 의한 세월호특별법의 무력화는 모두 이미 잘 목도한 바 있다.  

이러한 행위의 시정을 위한 국회법 개정 시도가 국회법 파동으로 무산된 바 있었는데, 이제 법 왜곡 조항 신설을 기해 시행령과 관련한 유형의 법 왜곡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공무원에 대하여 처벌함으로써 이러한 법 왜곡 행위를 방지할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된다.

권력 행위에 대한 대중적 통제, 민주주의의 핵심 

민주주의란 권력 기관과 권력 행위에 대한 대중적 통제를 핵심적 요소로 한다. 그러나 이 땅에서 대중들은 권력에 대한 아무런 통제 수단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법왜곡죄 신설은 권력기관 및 권력행위에 대한 대중 통제의 출발점으로 작동될 수 있다.

법치, 즉 법의 지배란 결코 법관의 지배라는 개념이 아니며, 오직 민주주의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한 수단이다. 권력행위의 책임성(accountability)과 투명성(transparency)은 민주주의의 핵심적 요소이다. 그리고 이러한 책임성과 투명성은 치자와 피치자로 구분되는 현대 국가체제에서 각종 권력 행위가 민주적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한 최우선적 고려사항이 된다.

여기에서 민주주의란 대중들이 자신을 지배하는 지배자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 즉, 어떠한 권력 행위에 대해 대중들이 감시, 평가하며 그에 상응하는 판단과 행동을 내릴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법왜곡죄의 대상에 사법부만이 아니라 법률 집행기관이 포함되는 경우, 그 대상 범위는 경찰이나 각 부처 민원 부서까지 대폭 확대된다. 이 경우 '김영란법'처럼 우리 사회 전체 시스템의 커다란 변화까지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우리 사회에서 일방적으로 권력의 지배를 받고 언제나 피치자, '을(乙)'의 입장에만 놓일 수밖에 없었던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방어적 장치를 제공함으로써 오만한 권력 기관과 권력 행위를 통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국민의 입장에서 '법적 정의' 실현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판단된다.

(이 글은 9월 6일 노회찬 의원이 주최한 '판검사의 법 왜곡,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주제의 토론회에서 필자가 발표한 토론문을 보충해 다시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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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국회도서관 중국담당 조사관으로 일하고 있다.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     ©사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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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7/07 [08:52]  최종편집: ⓒ yeslaw.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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