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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미투 열풍 속 검찰 과거사위 ‘장자연 사건’ 재조사 유력…
한겨레21]미투 열풍 속 검찰 과거사위 ‘장자연 사건’ 재조사 유력…
사법연대 기사입력  2018/04/02 [18:56]
 한겨레21] #미투 열풍 속 검찰 과거사위 ‘장자연 사건’ 재조사 유력…
검경 수사기록 입수해 보니 조선일보 사장 아들만 쏙 빠진 수사 결과, 이번엔 혐의 밝혀낼까

배우 고 장자연씨가 남긴 문건에 등장한 피해 사실 가운데 법적 처벌이 이뤄진 것은 장씨의 소속사 대표 김종승씨의 폭행 사실뿐이다. 김씨의 강요로 접대했다고 장씨가 언급한 이들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연합뉴스

배우 고 장자연씨가 남긴 문건에 등장한 피해 사실 가운데 법적 처벌이 이뤄진 것은 장씨의 소속사 대표 김종승씨의 폭행 사실뿐이다. 김씨의 강요로 접대했다고 장씨가 언급한 이들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연합뉴스

배우 고 장자연씨는 영면에 들었지만, 그가 남긴 ‘장자연 리스트’는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그가 숨진 지 2년이 지난 2011년 3월6일 SBS가 ‘배우 고 장자연씨의 자필 편지 50통 230쪽을 입수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까맣게 잊혔던 장자연 리스트가 재등장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필적 감정 결과 편지는 위조된 것으로 밝혀졌고, 보도 열흘 만에 장자연 리스트는 다시 어둠 속에 묻혔다.

#미투가 다시 불러낸 장자연 사건

2009년 4월24일 장자연씨 성접대 강요 사건의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한풍현 당시 분당경찰서 서장. 한겨레 김명진 기자

2009년 4월24일 장자연씨 성접대 강요 사건의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한풍현 당시 분당경찰서 서장. 한겨레 김명진 기자

장자연 리스트는 2013년 1월 다시 한번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조선일보>가 이종걸 더불어민주당(당시 민주통합당) 의원을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소송이 계기였다. 이 의원은 2009년 4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장자연씨에게 접대를 받은 유력 인사 명단을 뜻하는 장자연 리스트와 관련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실명을 거론했다는 이유 등으로 조선일보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고, 검찰 기소로 재판을 받는 중이었다.

재판부는 방상훈 사장을 법정 증인으로 불러달라는 이 의원의 요구를 받아들여 2013년 1월7일과 같은 해 2월28일 공판에 출석하도록 명령했지만, 방 사장은 두 차례 모두 불응했다. 당시 재판부는 “(방 사장이) 법정에 나와봐야 한다는 것에 우리 재판부의 의견이 일치했다. 고소인인 방 사장의 진술을 들어봐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방 사장의 출석을 촉구했다. 장자연씨가 숨진 직후인 2009년 이뤄진 경찰과 검찰의 수사 결과만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의혹이 있다는 얘기였다. 조선일보는 2차 출석명령이 내려진 2013년 2월28일 이 의원과 KBS·MBC 등 언론사를 상대로 낸 모든 소송을 취하했다. 장자연씨가 작성한 문건에 적시한 ‘조선일보 사장’의 정체를 확인할 기회는 사라졌다.

2018년 초 한국 사회를 뒤흔든 #미투 운동이 세 번째로 장자연 리스트를 불러냈다. 3월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고 장자연의 한 맺힌 죽음의 진실을 밝혀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3월23일 청와대 답변 커트라인인 20만 명을 넘겼다.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2월6일 1차 사전조사 사건 발표 당시 제외했던 장자연 사건을 2차 재조사 대상 사건으로 지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장자연 리스트의 재조사에 앞서 <한겨레21>은 2009년 당시 검찰과 경찰이 진행했던 수사기록을 입수해 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됐다. 검경이 당시 조선일보 사주의 아들 방○○씨가 2008년 10월28일 장자연씨를 술자리에서 만났다는 사실을 꽤 면밀히 조사했다는 것이다. 당시 장씨가 문건에서 접대를 했다고 밝힌 인물은 총 5명, 이 가운데 2009년 8월19일 검찰 수사 결과 발표 때 언급되지 않은 이는 방○○씨가 유일했다. 그는 왜 장자연 사건에서 증발됐을까.

경찰은 2009년 7월4일 고 장자연씨가 속해 있던 기획사 대표이자 그에게 성접대를 강요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던 김아무개씨의 신병을 확보해 조사를 벌인다. 이때 작성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를 보면, 2008년 10월2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유흥업소에서 김씨와 ㅎ씨, ㅎ씨의 후배, 그리고 방○○씨 4명이 술을 마실 때 장자연씨가 동석했다. JTBC가 1월8일 장자연씨의 성접대 강요 정황과 관련해 ‘어머니 기일에도 접대에 나섰다’고 보도한 바로 그 날이 방○○씨가 참석한 술자리였다. 경찰은 김씨에게 이날 만남이 방○○씨 등을 위한 ‘술접대’가 아니었는지 물었지만, 그는 “우연하게 몇 년 만에 만나게 된 것이다” “방○○는 잠시만 있다가 나가는 분위기였다”고 부인했다. 고 장자연씨에 대해서도 “그 자리에 오래 있지 않고 방○○가 간 후 조금 있다가 갔다”고 답했다.

수사 기록과는 다른 수사 결과

고 장자연씨에게 술접대를 강요했다는 혐의를 받은 소속사 대표 김종승(사진 가운데)씨는 장자연씨가 남긴 문건의 존재가 알려진 2009년 3월14일 “문건이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흘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문건의 필적은 고인의 필적과 거의 동일하다”는 결과를 내놨다. 한겨레 박종식 기자

고 장자연씨에게 술접대를 강요했다는 혐의를 받은 소속사 대표 김종승(사진 가운데)씨는 장자연씨가 남긴 문건의 존재가 알려진 2009년 3월14일 “문건이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흘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문건의 필적은 고인의 필적과 거의 동일하다”는 결과를 내놨다. 한겨레 박종식 기자

당시 경찰은 김씨의 이 같은 답변을 즉각 반박했다. “운전기사 진술에 의하면 그날은 장자연의 어머니 제삿날로, 피의자의 강요로 제사에 참석하지도 못하고, 술접대 자리에 불려나가서 너무 서러워서 차 안에서 운 사실이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된 것인가요.”

<한겨레21>은 당시 수사기록에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씨 신문조서를 보면, 경찰은 김씨가 고 장자연씨에게 방○○씨가 참석한 술자리에 대해 입단속을 시킨 듯 보이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확보했다. 경찰은 “2008년 10월29일 새벽 1시22분경 피의자가 장자연에게 ‘직원들 앞에서 말조심해’라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사실이 확인되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가요”라고 질문한다. 이에 대해 김씨가 “(문자메시지를) 보낸 기억도 없고,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겠다”고 부인하는 태도를 보이자, “그 문자메시지의 의미는 방○○ 등을 상대로 한 술접대 자리에 대한 비밀을 유지해달라는 의미로 발송한 것이 아닌가요”라고 재차 묻는다.

방○○씨가 애초 2008년 10월28일 술자리에 잠시 들른 것뿐이라는 김씨의 주장에 배치되는 진술은 이종걸 의원의 명예훼손 소송 과정에서 나온다. 장씨의 운전기사 ㄱ씨는 2011년 12월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그날 내가 운전해 여의도로 가던 중 김씨가 (동승하고 있던) 정아무개 감독에게 ‘조선일보 사장 아들이 그 자리에 참석한다’는 사실을 언급했고, 장자연을 증인이 집에 데려다줄 때도 그런 내용을 들은 적이 있다”(<미디어오늘> 2013년 1월9일치, ‘방 사장 증인 출석 논란… 재조명되는 장자연 사건의 진실은? “룸살롱에 장자연과 방상훈 아들·여종업원 있었다”’)고 증언했다.

경찰은 당일 술자리에 있었던 유흥업소 직원을 조사하는 등 방○○씨가 참석한 술자리에 대한 조사를 상당 부분 진척시켰던 것으로 보인다. “장자연씨가 술집 접대부 역할을 하지 않았냐”는 경찰의 질문을 김씨가 계속 부인하자, “당시 그 술집에 같이 들어갔던 여자 접대부의 진술에 의하면 당시 자신도 장자연이 같은 술집 접대부로 알았다고 말할 정도로, 술집 접대부와 같이 손님들의 술시중을 들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된 것인가요”라고 되묻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김씨는 “그런 사실이 없다”며 부인했다.

2009년 7월10일 공개된 경찰의 최종 수사 결과는 이런 조사 내용과는 사뭇 달랐다. 운전기사 ㄱ씨나 유흥업소 직원 등의 진술보다 김씨와 방○○씨의 주장이 대폭 반영된 탓으로 보인다. 당시 경찰은 방○○씨 혐의와 관련해 “2008년 10월 지인 3명과 함께 한 술집에서 접대부와 어울려 놀고 있던 자리에 A씨(김씨)와 고인(장자연씨)이 나중에 합류. 당시 접대부들과 어울려 어수선했으며 고인이 있었는지도 모를 가능성이 높다. 또한 현장에서 가장 먼저 떠났다는 진술도 있는 등 혐의점 발견 못해 내사 중지”라고 정리했다. <미디어오늘>은 앞의 기사에서 이종걸 의원의 변호인 말을 인용해 방○○씨가 2009년 경찰 조사에서 “(술자리에) 늦게 갔다가 일찍 나온 것은 맞다”면서도 “장자연은 얼굴도 모른다. 이 사건은 나와 전혀 무관하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검찰 수사결과에도 빠진 방○○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도 방○○씨가 참석한 술자리에 높은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2009년 7월20일 검찰이 장씨 기획사 대표 김씨를 신문한 피의자신문조서를 보면, 검찰은 이날 술자리에 장자연씨가 오래 있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김씨의 진술을 ‘거짓말’이라 단정한다. “(운전기사) ㄱ씨는 피의자(김씨)가 제일 늦게 술값을 계산하고 나와 장자연과 함께 차를 타고 피의자가 집으로 가서 피의자를 내려준 다음에 거기에서 장자연의 차를 타고 갔다는데, 피의자는 왜 자꾸 장자연이 먼저 갔다고 거짓말을 하는가요.”

김씨는 검찰의 추궁에 “술자리에서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해 기억이 없다”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답한다. 그는 “술값 계산을 피의자가 하지 않았냐”는 검사의 질문에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하다, 검사가 김씨의 사인이 적힌 매출전표를 보여주자 그제야 술값을 계산한 사실을 시인했다. 검사는 이날 김씨가 집에서 술을 가져와 마셨는데도 술값으로 200만원을 결제한 것을 두고 ‘성매매까지 이뤄진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지만, 김씨는 부인했다.

검찰은 김씨가 방○○씨가 있었던 술자리에 대한 거짓 진술을 거듭하는데도, 당사자 방○○씨를 불러 추가 조사하지 않았다. 당시 담당 검사로 김씨를 직접 신문했던 ㅂ변호사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방○○씨를 검찰이 추가 조사한 일은 없다. 김씨를 추궁해서 실수로 (방씨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면, 그걸 근거로 (수사를) 이어갈 수 있는데, 아니라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 소환에 필요한 자료를 만들 수 없었다. 당시로서는 사람 조사하는 게 어려웠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방○○씨는 고 장자연씨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에서 말끔히 ‘소거’될 수 있었다. 장자연 문건에 등장한 6명 가운데 장자연씨가 접했다고 밝힌 5명(나머지 1명은 골프 접대 요구가 있었으나 장자연씨가 거절했다고 문건에 씀) 가운데 검찰의 최종 수사 결과에 이름이 오르지 않은 것은 방○○씨가 유일했다.

숨지기 직전 작성한 문건에서 고 장자연씨는 자신의 처지를 고통스럽게 표현했다. “저는 술집 접대부와 같은 일을 하고 수없이 술접대와 잠자리를 강요받아야 했습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검찰이 2009년 8월19일 피의자 14명에 대한 성매매 혐의 등에 모조리 불기소 결정을 내리면서 장씨에게 고통을 안긴 이들에 대한 법의 심판은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특히 장씨 기획사 대표 김씨에 대해서도 “피해자 장자연이 작성한 문서에 ‘술접대 강요’라는 문구가 있기는 하나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문서에 구체적인 기재가 없으며 ‘잠자리 강요를 받았다’는 내용만으로는 성매매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강요와 성매매 알선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장씨가 영면하지 못하는 이유

고 장자연씨가 입은 피해와 관련해 검찰이 인정한 것은 김씨가 저지른 폭행뿐이다. 검찰은 김씨를 장자연씨에 대한 폭행과 협박 혐의로 기소했고, 김씨는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피고인(김씨)은 모임에 1시간이나 늦은 장자연을 훈계하기 위해 빈 페트병으로 손등을 2~3회 톡톡 때린 것에 불과해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라고 주장한다. …각 증거들에 의하면… 화가 나서 피고인이 욕설을 하며 피해자(장자연씨)의 머리를 수회 때린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씨는 이에 대해 “술을 많이 드시고 저를 방 안에 가둬놓고 손과 페트병으로 머리를 수없이 때리면서… 온갖 욕설로 구타를 당했습니다”라고 호소한 바 있다. 장자연씨가 죽음으로 호소한 피해 사실은 경찰, 검찰, 법원을 거치면서 사라지거나 축소됐다. 9년 전 숨진 고 장자연씨가 영면에 들지 못한 채 다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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