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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있는 기자,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다고 윤상삼 기자 추모행사 잇따라
용기 있는 기자,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다고 윤상삼 기자 추모행사 잇따라
사법연대 기사입력  2018/02/25 [17:00]
 
용기 있는 기자,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다고 윤상삼 기자 추모행사 잇따라…
언론인상 제정키로
  • 송경모 기자, 황시온 기자
  • 승인 2018.02.05 18:39

 

 

‘박군의 시체를 처음 서울 남영동 조사실에서 본 중앙대 용산병원 의사 오연상 씨의 증언은 사건을 일거에 뒤흔들어 놓았다…이는 용기 있는 시민이 역사의 물줄기를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는지를 가늠케 해보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국기자상 30년』 중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보도한 고(故) 윤상삼 기자(신방·75)가 우리대학교 출신이라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취재후기에서 그는 물고문 사실을 증언한 의사를 ‘용기 있는 시민’이라 표현했지만 윤씨 또한 누구보다 용기 있는 기자였다. 영화 『1987』의 흥행과 더불어 윤씨의 생전 행적이 재조명되고 있다.

 

젊은 상참*, 펜을 들다

 

윤씨는 박정희 정권 말기인 지난 1975년 우리대학교에 입학했다. 학내에 중앙정보부 요원이 드나들고 조직적인 대규모 시위는 꿈꾸기도 힘든 시절이었다. 윤씨의 동기인 방송통신심의위원장 강상현 교수(사과대·미디어기술과사회변동)는 “많은 대학생이 기성세대로 대변되는 권력에 문화로 저항했다”며 “장발에 청바지를 즐겨 입던 고인도 그들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그런 윤씨는 학부 강의를 듣고 기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기자는 데스크가 아닌 현장에서 답을 찾는 직업’이라는 지도교수의 말이 결정적이었다.

윤씨는 지난 1982년 동아일보 편집부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고 이후 사회부로 옮겨가 사건담당기자가 됐다. 고인의 입사 동기인 동아일보 국장 조성하 동문(신방·77)은 “내겐 친형처럼 다정다감한 분이셨다”면서도 “옳지 않은 것을 바로잡으려는 의기가 강했다”고 회고했다. 한 번은 차장급 선배 기자 앞에서 보란 듯 쓰레기통을 걷어차 편집국이 발칵 뒤집어졌다. 밑의 기자들을 못살게 군다는 이유에서였다. 집념도 강하다 보니 일단 취재에 들어가면 사나흘 밤을 예사로 지새우기도 했다. 조씨는 “그런 성품이 결국 박종철 고문치사 보도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실은 반드시 승리한다’

 

사회부 소속으로 경찰에 출입하던 윤씨는 지난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보도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박 열사의 시신을 최초로 검안한 중앙대 용산병원 의사 오연상씨를 취재함으로써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경찰의 축소발표를 전면 반박한 것이다. 윤씨는 이후 『한국기자상 30년』에 실린 취재후기를 통해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다짜고짜 용산병원에 있는 오씨의 사무실로 찾아간 윤씨는 30분간 그를 설득했다. 주저하던 오씨의 입을 연 것은 ‘의사로서의 양심을 걸고 솔직히 말해 달라’는 윤씨의 한 마디였다. 이내 경찰 발표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내용이 속속 나왔다. 박 열사의 복부가 팽만했고 조사실 바닥에 물기가 있었다는 것, 폐에서 수포음*이 들렸다는 것, 심폐기능이 이미 정지해있었다는 것이 모두 오씨의 증언을 통해 밝혀졌다.

보도는 판세를 완전히 뒤집었다. 야당인 신민당이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동아일보에는 격려와 울분의 전화가 쏟아졌다. 수화기 너머로 울기만 하다가 아무 말 못 하고 끊는 이들도 있었다. 보도지침이 있던 시절임에도 특별취재반이 편성됐고 고문 반대 캠페인이 전개됐다. 각지에서 행진과 가두시위가 이어졌다. 윤씨가 속한 동아일보 특별취재반은 박종철 고문치사 및 은폐조작 보도로 제19회 한국기자상을 수상했다. 강 교수는 “참고 있던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는 기폭제가 된 게 박종철 고문치사 폭로였다”라며 “고인의 특종 보도가 1987년 민주화의 결정적 도화선인 셈”이라고 평했다.

 

1987년이 2018년에게

▶▶지난 2일 신촌 메가박스에서 윤상삼 기자 추모 및 영화 『1987』 단체관람 행사가 열렸다.

10년 넘게 사건담당기자로 재직하던 윤씨는 지난 1996년 도쿄특파원으로 발령받았다. 그런데 IMF 이후 지사장까지 겸직하며 신체적·정신적 피로가 누적됐고 결국 1999년 4월 6일, 42세의 나이에 작고했다. 이후 동아일보 노조와 개인 차원의 애도는 있었으나 본격적으로 고인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움직임이 생긴 것은 최근이다.

영화 『1987』 개봉을 계기로 지난 1월 18일 언론홍보영상학부 총동문회 윤상삼기자추모사업분과(아래 추모사업회)가 꾸려졌다. 31일엔 고인의 동기와 후배가 주축이 돼 노천극장에서 고인에게 헌화했다. 1999년 노천극장 개보수 공사 당시 성금을 낸 동문은 깔개돌에 이름을 새기도록 했는데 이때 조씨가 고인 명의로도 하나 마련했기 때문이다. 조씨는 “고인에 대한 최고의 예의는 ‘잊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최소한의 기념물이라도 있으면 좋을 것 같아 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2일엔 신촌 메가박스에서 고인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고인의 약력 및 대표기사가 소개되고 추모사업 경과가 보고됐다. 지인들의 회고로 이어진 행사는 『1987』 단체관람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행사에선 언론계에 종사하는 동문을 대상으로 한 ‘윤상삼언론인상’(가칭)을 제정하기로 했다. 언홍영 총동문회장 심영진동문(신방·82)은 “상의 명칭과 세부적 수상기준 등은 차기 집행부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씨의 가족과 동문, 재학생이 자리한 가운데 추모행사에 대한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추모사업회 위원장 이필재 초빙교수(사과대·실전취재보도)는 “취재와 보도 여건은 좋아졌지만 오히려 언론에 대한 독자의 신뢰는 떨어진 요즘”이라며 “바람직한 기자상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자리”라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배채민(언홍영·15)씨는 “이미 영화를 봤지만 선배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보니 더 인상적이었다”며 “민주화를 위해 힘쓴 분들의 주목받지 않았던 노고가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라고 전했다.

▶▶언론홍보영상학부 총동문회 윤상삼기자추모사업분과 위원장 이필재 초빙교수(사과대·실전취재보도)가 헌화하고 있다.

 

 

 

*상참: 중신들이 매일 편전에서 임금에게 국무를 아뢰는 일. ‘삼(參)’이 참여할 ‘참’으로도 읽히는 데 착안해 동기들은 고인을 윤상참이라고 불렀다.

 

글 송경모 기자
songciety@yonsei.ac.kr
황시온 기자
zion_y2857@yonsei.ac.kr
사진 박건 기자
petit_gunny@yonsei.ac.kr
하수민 기자
charming_soo@yonsei.ac.kr

송경모 기자, 황시온 기자  songciety@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입력: 2018/02/25 [17:00]  최종편집: ⓒ yeslaw.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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