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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독립이냐 재판의 독립이냐 : 헌법 개정의 논의를 보며
사법부 독립이냐 재판의 독립이냐 : 헌법 개정의 논의를 보며
사법연대 기사입력  2017/11/01 [15:35]
 
 
 



사법부 독립이냐 재판의 독립이냐: 헌법 개정 논의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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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재판의 1심판결에서 일부 피고인의 주요 범죄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면서 여론의 반발이 거센 모양이다. 부하 직원은 유죄 선고를 받았는데 상사가 무죄라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에는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 1심판결도 당시 국정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었다. 보수정권 시절이었지만 그때도 물밑에서의 여론은 자못 비판적이었다. 여론과 동떨어진 판결이 어찌 이들뿐이겠는가.

 

하지만 사법부 판결에 대해서 시민들이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국회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비판여론이야 얼마든지 형성할 수 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법원 판결을 이유로 판사를 해임한다든지 기타 불이익을 준다든지 등을 일체 할 수가 없다. 사법권의 독립이라는 헌법 원리 때문이다. 재판은 정치적 압력과 경제적 영향력은 물론이고 심지어 시민의 여론으로부터도 독립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왜 사법권만 민주적 통제에서 벗어나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사법권도 국가권력이고 민주국가에서 모든 국가권력은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만 입법과 사법을 동일하게 취급할 수는 없다. 재판도 오로지 민주적 여론을 따라 해야 한다면 사법부를 따로 둘 이유가 없다. 국회에서 다수결로 재판하면 된다. 사법작용은 민주주의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 사법은 말하자면 민주정 속의 엘리트 정치라 할 수 있다.

사법독립은 사법부 독립 아닌 재판의 독립

하지만 사법독립이 뜻하는 바는 사법부의 독립이 아니라 재판의 독립이다. 사법부 구성과 조직을 사법부 내부에서만 결정하라는 것이 아니라 다만 재판에 있어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라는 것이다. 법관의 재판에는 시민과 정치가 간섭할 수 없지만 법관의 임명과 법원의 조직에는 민주적 관여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민주정 바깥의 엘리트 정치가 된다.

현대사회의 엘리트는 세습귀족일 수 없다. 법관을 몇몇 이름난 가문 출신들로 채우는 것이 사법독립이 아니다. 법관의 다수가 특정 대학 출신이었고 법관 모두가 사법연수원 동문들이었던 현실은 사법독립이라는 이름 아래 세습귀족이 출현하였음을 뜻하는 게 아닐까? 또한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법관은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특히 대법관은 판사출신 서울대 남성 50대라는 천편일률적인 프로필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 이런 것을 우리는 법관순혈주의라고 부른다. 

이러한 단성교배의 원인 중 하나는 우리 헌법이 제왕적 대법원장 제도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것을 만들어낸 데 있다. 일단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임명하면 사법부의 모든 것이 대법원장 한 사람에 의해 장악될 수 있다. 대법원장은 대법관 임명을 제청하며 일반 법관들을 임명한다. 그는 모든 법관의 보직, 승진 등 인사권과 사법정책에 관하여 최종적 권한을 쥐고 있다. 그래서 판사들은 소위 튀는 판결을 할 수가 없다. 윗선의 눈 밖에 나는 판결은 멀리 에두르긴 해도 결국 불리한 결과로 다가올 공산이 크다. 

제왕적 대법원장제는 놀랍게도 유신헌법에서 탄생했다. 대법원장에게 모든 사법관련 권한을 집중시킨 현 체제는 사실 알고 보면 사법독립을 가장한 권위주의 정치의 일환이었던 것이다. 심지어 87년 헌법은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인사권도 대법원장에게 부여했다. 실로 30년 만에 헌법 개정이 가시화하고 있다. 얼마 전 국회 개헌특위는 사법부의 인사와 행정을 책임지는 기관으로 “사법평의회”라는 것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사법평의회”라는 이름이 영 입에 붙지 않는다. 아마 어디 외국에 쓰는 용어를 그대로 직역한 듯하다. 

사법행정에 민주성의 복권 지향해야

그럼에도 그 취지에는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사법평의회는 국회 선출 8명(재적의원 5분의 3이상 찬성)과 대통령 선출 2명, 법관회의 선출 6명으로 구성된다. 법관 출신을 절반 아래로 두고 국회 몫과 대통령 몫을 절대다수로 높인 것은 법관 임명이 사법부의 고유한 권한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대통령 몫이 예상보다 적은 것은 국회 몫에 대통령의 의향이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한 것이리라. 결국 사법평의회의 성격은 사법행정에서 민주성의 복권을 지향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사법평의회 도입 방안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의회 다수파에 사법부가 휘둘릴 수 있고 민주주의 기본원칙인 삼권분립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완벽한 제도란 없는 법이다. 모든 제도는 현실과 이념의 타협이다. 인사와 행정을 법원에 맡겨두는 것은 사법부의 독립은 가져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오히려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법권의 독립은 사법부의 독립이 아니라 재판의 독립이다.

김도현(새사회연대 정책위원장,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
* 인권칼럼은 새사회연대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사법연대
  



 


 
기사입력: 2017/11/01 [15:35]  최종편집: ⓒ yeslaw.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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