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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막말 판사' 진정·청원 74건.. 징계 고작 1건
5년간 '막말 판사' 진정·청원 74건.. 징계 고작 1건
사법연대 기사입력  2017/10/11 [19:47]
 
5년간 '막말 판사' 진정·청원 74건.. 징계 고작 1건

#1. “늙으면 죽어야 해요.”

2012년 서울동부지법의 한 사기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간 피해자 A(66·여)씨는 재판장에게 대뜸 이런 폭언을 들었다.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한 A씨는 대법원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에 철저한 조사와 재판장 징계를 요구하는 청원을 넣었다. 재판장이었던 유모 전 부장판사는 2013년 1월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에서 견책 처분을 받았다.

유 전 부장판사는 같은 해 9월 민사 재판 피고 중 한 명인 B(여)씨에게 “여자 분이 왜 이렇게 말씀이 많으세요”라고 해 또 도마 위에 올랐다가 결국 스스로 법복을 벗었다.

#2. 지난해 인천지법의 한 판사는 “증인의 진술은 모두 거짓”이라는 한 형사 사건 피고인의 말에 “만약 감정을 통해 (피고인 말이) 가짜로 확인되면 감정 비용 전액을 피고인이 부담하게 하겠다”고 말해 청원 대상이 됐다.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하는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징계는 받지 않았다.

최근 5년여간 전국 법원의 ‘막말 판사’를 상대로 제기된 진정이나 청원이 74건에 달하나 실제 징계 처분을 받은 경우는 겨우 한 건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판사의 막말을 막으려면 외부의 견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11일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이 대법원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에서 제출받은 ‘법관의 부적절한 언행 관련 진정·청원 내역 현황’에 따르면 윤리감사관실에 접수된 판사에 대한 진정이나 청원은 △2012년 12건 △2013년 18건 △2014년 8건 △2015년 18건 △2016년 8건 △2017년 1∼5월 10건으로 집계됐다.

해당 판사가 소속된 법원(지원 포함)별로는 수원지법이 1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울중앙지법 8건 △인천지법 7건 △의정부지법 6건 △서울가정법원, 서울동부·서울남부·부산·대전·전주지법 각 4건 등의 순이었다.

이 중 징계 조치가 취해진 사례는 유 전 부장판사 한 건인데 그마저도 솜방망이 징계다. 법관징계법상 판사에 대한 징계 처분인 정직·감봉·견책 가운데 견책은 수위가 가장 낮다. 징계 사유에 대해 서면으로 훈계할 뿐이다.

이 외에 올해 청주지법의 한 판사가 가사 사건 당사자와 전화 통화를 하는 도중 옆 사람과 얘기하며 모욕적인 말을 했다는 이유로 진정 대상이 돼 주의 촉구를 받았다.

대법원 측은 “조사 결과 대부분 소송 지휘권의 범위를 벗어난 재판 진행이나 부적절한 언행을 확인할 수 없어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들 진정·청원 내용을 분석해본 결과, 판사가 원고·피고에게 ‘당신’이나 ‘씨’란 호칭을 쓰고 고압적 태도로 호통을 치는 등 모욕적 언행으로 모멸감이나 수치심을 느꼈다는 내용이 47건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올해 서울가정법원 판사가 가사 사건 원고에게 “왜 자꾸 탄원서를 내느냐. 말도 하지 말아라, 가라”며 인격적으로 무시했다는 이유로 청원 대상이 된 게 대표적이다.

소송 취하·조정을 강요하거나 재판 결과를 예단하는 것처럼 말하는 식으로 재판을 불공정하게 진행했다는 내용은 8건이었다. 나머지 19건은 이들 두 가지에 모두 해당하는 경우였다.

이에 대해 김경진 의원은 “법원은 진정 내용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막말 판사를 징계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며 “판사의 부적절한 언행은 당사자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낼 뿐 아니라 불공정한 재판 진행으로 연결될 수 있어 국민이 보게 되는 피해가 막대하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판사의 재판 진행에 대한 외부의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를 법관 인사에 반영해 막말 판사가 퇴출될 수 있는 제도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조인 출신인 김 의원은 올해 8월 대법원 법관인사위원회의 법관 인사 심의와 대법원장의 법관 연임·보직·전보 등 인사 관리에 대한변호사협회의 법관 평가 결과를 의무적으로 반영하는 내용을 담은 법원조직법 일부 개정안을 여야 의원들과 공동으로 발의한 바 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기사입력: 2017/10/11 [19:47]  최종편집: ⓒ yeslaw.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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