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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춘추-고승욱] 사법권 독립, 적은 내부에 있다
여의춘추-고승욱] 사법권 독립, 적은 내부에 있다
사법연대 기사입력  2017/10/01 [19:37]
 
 









여의춘추-고승욱] 사법권 독립, 적은 내부에 있다
입력 : 2017-09-21 17:58
 
[여의춘추-고승욱] 사법권 독립, 적은 내부에 있다 기사의 사진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국회 표결을 전후해 정치권에서 가장 많이 쏟아진 말이 ‘사법권 독립’이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에서는 안철수 대표가 “판단의 기준은 사법부 독립을 지켜낼 수 있는가 여부”라고 일찌감치 선언했다.

자유한국당의 반대 논리는 사법부 독립 훼손이 뻔하다는 것이었는데,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설득에 동원한 논리 역시 ‘사법부 독립의 적임자’였다. 정반대 주장을 펴면서 내세운 명분은 같았다. 요술방망이처럼 마음대로 늘이고 줄여 쓸 말이 아닌데도 그랬다. 무슨 의미로 사법부 독립을 이야기하는지 설명도 부족해 정치공세 외에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대한민국 헌법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101조)고 명시함으로써 사법권 독립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독립은 상대가 있는 개념이다. ‘누구로부터’가 빠져서는 성립하지 않는다. ‘법의 정신’을 쓴 몽테스키외가 살았던 시대는 절대군주로부터의 독립이 핵심이었다.

법원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가 되기 위해서는 왕이 재판에 부당하게 관여하는 것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우리 현대사에서 사법권 독립이란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청와대의 의도에 휘둘리지 않는 것을 의미했다.

헌법 101조는 제헌헌법에서부터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내용이 바뀌지 않은 일관된 원칙이다. 하지만 법원이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많았다. 아직도 법원은 과거 군사독재 시절 각종 시국사건을 다시 심리하면서 잘못을 뉘우치고 국민에게 사과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군사독재의 암울했던 기억이 워낙 강렬해 부지불식간에 사법부의 독립을 독재정권으로부터의 독립으로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심하게 말하면 프랑스 혁명을 앞둔 계몽주의자들의 절실함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법권 독립의 핵심은 재판에서 법관의 독립이다. 바로 헌법 103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규정이다. 이를 위해 법원조직법이 아닌 헌법에 법관의 신분을 보장하는 규정(106조)까지 뒀다.

이유는 간단하다. 법과 양심을 제외한 다른 어떤 것도 법관의 판단에 끼어들 수 없도록 만든 것이다. 근대 유럽의 절대왕정이나 우리 현대사의 독재정권이 사법권 독립을 훼손한 이유는 사건을 심리하는 법관이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 원칙이 훼손되면 정의는 사라진다. 그래서 나라마다 사법권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온갖 장치를 헌법에 집어넣었다. 공동의 가치를 지키고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인 법원이 손가락질을 받으면 공동체는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상식이다.


문제는 법관의 판단에 영향을 주는 것은 권력의 부당함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학자들은 ‘재판에서 법관의 독립’이라는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비판 여론이나 시민단체의 논평, SNS 게시글과 댓글, 정파적 이익에 민감한 정치인도 빼놓지 않는다.

그런데 조금만 냉정하게 따져보면 지금 대한민국에서 사법권의 독립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은 법원 내부에 있다. 변호사가 전관이라는 이유로, 같은 대학을 나왔거나 연수원 동기이기 때문에 법관의 판단이 달라지는 법원은 외부로부터의 독립을 말할 자격이 없다. 법원장의 이메일 한 통에 재판 결과가 바뀌는 법원이라면 언제라도 정권의 시녀가 될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그는 청문회에서 “사법 불신을 조장하는 전관예우를 원천적으로 근절하겠다”고 약속했다. “만에 하나 전관예우라는 게 있다면…”이라는 애매하게 피해가는 말을 붙이지 않았다. ‘사법부 블랙리스트’도 다시 조사하겠다고 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을 포함해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이 나온 게 벌써 30년이다. 사법권 독립을 밖에서 찾는 시절은 이미 지났다. 

고승욱 논설위원 swko@kmib.co.kr 
 













▲     ©사법연대
 

 

 
기사입력: 2017/10/01 [19:37]  최종편집: ⓒ yeslaw.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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