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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가 만능주의
법률가 만능주의
사법연대 기사입력  2017/09/07 [19:19]
 


법률가 만능주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상상을 해보자. A라는 사람이 있다. 인권 관련 일을 한 전문성있는 인사이다. A는 최근 어떤 국가기관에서 인권 관련 일을 위해 주요 직책을 맡았다. 그런데 다른 국가기관에서 A는 자기 기관에서 인권 관련 일을 해야 한다며 인선절차를 진행했다.

이 시나리오는 물론 단면이지만 국민한테 보여지는 것은 이 정도다. 그런데 언론은 A가 훌륭한 사람이라는 얘기만 한다. 이미 활동하고 있는 국가기관에서의 일은 어떻게 되는지, 왜 기존 기관에서의 일보다 새로운 국가기관에서 일을 하는 것이 마땅한지에 대한 공론이 사라지고 개인 인격문제로 대체되고 만다. 국민은 이미 결정되었으니 그리 알면 되는 것일까.

우리는 이러한 유형의 인선을 무수히 보아왔다. 국가인권위원회만 보더라도, 최혜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이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왔고 이선애 인권위원이 연임 시작 두 달만에 헌법재판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도 서울지방법원장이었다가 국가인권위원장이 되었다.

이러한 인선의 공통점은 이들이 모두 법을 다루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판사, 변호사다. 법으로 운영되는 곳이면 어디에나 실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고 범용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집단이다. 필요한 곳에서 실제 유효적절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법률가 만능주의가 언제나 정당한 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난 814일 국가인권위원회 신임 사무총장으로 조영선 변호사가 임명제청됐다. 신임 사무총장 인선은 인권운동계의 주요 관심사였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국가인권위원회 위상강화를 밝혔지만 인권단체들은 하나같이 인적쇄신 없는 국가인권위원회 위상 강화에 강한 우려를 표해왔다. 사무총장직은 애초 외부인사가 들어가는 자리였는데 현병철 위원장 6년 동안 내부임명으로 직제령을 개정하고 일반직 공무원의 승진코스가 됐다. 위원장과 사무총장을 통한 관료제가 안착되고 당연히 직원들의 순응과 저항의 줄서기가 진행됐다
.

국가인권위 신임 사무총장 인선 유감


때문에 국가인권위 신임 사무총장 인선은 국가인권위원회 내부의 첫 인사로, 인적쇄신의 상징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국가인권위원회는 법에 따라 늘 해오던 상임위원회나 전원위원회 회의에 안건 상정 여부조차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았다. 사전에 인권단체들에게 공식, 비공식적으로 의견수렴이나 추천요청도 없었다. 내부에서 다 결정하고 임명제청했다고 보도자료로 밝혔다. 외부인사인 건 긍정적이지만 국가인권위는 쇄신된 것인가?

 

조영선 변호사는 지난 731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의 제도개선소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런 분을 국가인권위 사무총장으로 이렇게 밀실에서 긴급히 인선을 진행할 수 있고 그래도 무방하다고 여겨진 배경에 법률가 만능주의가 없다면 가능했을까?

 


이러한 인사 관행은 일반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인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품게 한다. 원칙이나 절차가 작동하지 않고 인사가 행해질 때는 그 분야 공동체가 아닌 은밀한 개별적(인적) 채널이 작동함으로써 공론장이 활성화되지 않음은 물론 공동체 일부가 배제되거나 분열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또한 각 영역의 고유한 특성과 그 분야 관계자들, 특히 운동과 운동단체들의 기여를 평가 절하시키고 공적 활동 기회가 법조에 편중, 독점되는 경향을 형성해왔다.

더구나 이런 인선이 남기는 시그널은 무엇인가. 법률가들이 어디서 전화가 오기만을 기다린다는 풍문이 떠돌고 있다. 억울하면 출세하라 식의 저급한 이데올로기를 사회적으로 학습시키고 강화시킨다. 대개의 사건이 법제도로 한정되고 결국 국민은 제기하는 주체에서 바라보는 대상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원칙없는 인사, 빼가기 인사, 낙하산 인사, 이직을 위한 중도 사퇴 관행은 사실 모두 같은 말이다. 특히 그것이 공직에서 법률가 만능주의에 근거해 작동해왔다면 이제는 분명 고쳐져야 한다. 신임 사무총장은 인권활동 경험이 풍부한 분이지만 이렇게 첫 단추를 끼고 보니 마냥 환영할 수만은 없다. 국가인권위의 오랜 적폐들 - 관료화, 인권위원 밀실비공개 인선, 인권단체와의 소통과 협력부재, 위원회 구성의 법조 편중, 현행법 중심의 결정 등 -이 이와 무관치 않으니 앞으로 지켜 볼 일이다. 

                                                       오영경(새사회연대 정책위원, 사무처장)
                                                         *인권칼럼은 새사회연대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사법연대
 
 

 
기사입력: 2017/09/07 [19:19]  최종편집: ⓒ yeslaw.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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