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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피해자가 처분결과 인식 못해도 사기죄 인정
판결] “피해자가 처분결과 인식 못해도 사기죄 인정
사법연대 기사입력  2017/03/04 [23:02]

 

▲     ©사법연대

 

 

 

 

 

 

 

 

 

 

 

 

 

 

 

 

 

 

 

판결] “피해자가 처분결과 인식 못해도 사기죄 인정”

 

신지민 기자 shinji@lawtimes.co.kr입력 :

2017-02-20 오후 3: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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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저당설정계약서를 토지거래허가에 필요한 서류라고 땅 주인을 속이고 서명을 받은 다음 해당 토지를 담보로 무단 대출을 받은 것도 사기죄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해(속여) 착오에 빠뜨리고 '처분행위'를 유발해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득을 얻는 범죄를 말하는데, 기망을 당한 피해자가 이 같은 처분문서의 의미 등을 제대로 알지 못해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없는 때에도 피해자의 작위 또는 부작위가 직접 재산상 손해를 초래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로 평가된다면 사기죄에서 말하는 피해자의 '처분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인 피기망자가 자신의 행위에 따른 결과까지 인식해야 처분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기존 판례는 처분행위를 재산적 처분행위로 해석하면서 주관적으로 피기망자에게 처분의사 즉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있고 객관적으로 이러한 의사에 지배된 행위가 있어야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이었다.

 

대법원은 사기범죄가 날로 교묘하고 복잡해지면서 피해가 확산됨에 따라 피해자 보호 등을 위해 기존 입장을 변경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사기죄 처벌 범위가 확대돼 앞으로는 세금 환급 등을 사칭해 피해자를 현금인출기로 유인한 다음 피해자 스스로 돈을 송금하게 하는 변종 보이스피싱 범죄도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6일 타인의 토지에 무단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해 대출을 받은 혐의(사기 등)로 기소된 전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16도13362).

 

재판부는 "비록 피기망자가 처분행위의 의미나 내용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피기망자의 작위 또는 부작위가 직접 재산상 손해를 초래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로 평가되고, 이러한 작위 또는 부작위를 피기망자가 인식하고 한 것이라면 처분행위에 상응하는 처분의사가 인정된다"면서 "피기망자가 자신의 작위 또는 부작위에 따른 결과까지 인식해야 처분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피기망자가 가해자의 기망행위로 착오에 빠진 결과 내심의 의사와 다른 효과를 발생시키는 내용의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함으로써 처분문서의 내용에 따른 재산상 손해가 초래되었다면(이른바 '서명·날인 사취'), 그와 같은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을 한 피기망자의 행위는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에 해당한다"며 "아울러 피기망자가 처분결과, 즉 문서의 구체적 내용과 그 법적 효과를 미처 인식하지 못했다고 해도 어떤 문서에 스스로 서명 또는 날인함으로써 그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하는 행위에 관한 인식이 있었던 이상 피기망자의 처분의사 역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판결과 달리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가 인정되려면 피기망자에게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2011도769 판결 등은 변경한다"고 했다.


이번 판결은 양승태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으로 구성된 전원합의체에서 7대 6으로 의견이 갈릴 정도로 법리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이상훈·김용덕· 김소영· 조희대·박상옥·이기택 등 6명의 대법관은 종전 대법원 판례를 지지하며 판례 변경에 반대했다. 이들 대법관은 "절도죄와 구분되는 사기죄의 본질에 비추어 처분행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해자에게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이 사건과 같이 처분문서에 대해 서명 또는 날인을 사취한 사안의 경우에는 피해자에게 그와 같은 내용의 처분문서를 작성한다는 내심의 의사가 전혀 없어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이 없으므로 처분행위가 있다고 할 수 없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전씨는 2011년 4월 A씨의 땅을 3억원에 구입하기로 하면서 "이 땅을 담보로 3000만원을 빌려 계약금으로 주겠다"고 속여 A씨로부터 채권최고액을 3000만원과 1억2000만원으로 하는 내용의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등에 각각 서명·날인을 받고 A씨의 인감증명서까지 교부받은 다음 약속과 달리 1억원을 빌려 계약금을 내고 남은 7000만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전씨는 또 다른 땅주인들을 상대로 토지거래허가 등에 필요한 서류라고 속여 같은 수법으로 8억2000만원을 대출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1,2심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피해자들이 (전씨를 위해) 자신들의 땅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줄 의사가 없었기 때문에 처분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 판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기죄에서 처분의사의 의미를 사기죄의 본질 및 처분행위의 역할 등에 비춰 재해석함으로써, 피기망자에게 처분결과에 대한 인식까지 있어야만 처분의사가 인정된다고 본 종전 판례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이를 변경한 것"이라며 "앞으로는 피기망자로 하여금 자신이 처분행위를 한다는 인식조차 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의 더 지능적이고 교묘한 기망행위를 사용한 범죄도 사기죄로 처벌이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윤태호(53·24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서명·날인 사취의 경우 과거 판례를 따르면 사문서위조죄는 성립할지 몰라도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았다"며 "처분행위의 범위를 넓혀 사기죄로 의율할 수 있는 영역을 확장한 획기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     ©사법연대

 

 

 

 

 

 
기사입력: 2017/03/04 [23:02]  최종편집: ⓒ yeslaw.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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