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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는 안되지만, ‘금두뇌’는 괜찮다
흙수저는 안되지만, ‘금두뇌’는 괜찮다
사법연대 기사입력  2016/08/10 [08:03]

 

소소한 회사원의 세상 바라보기

흙수저는 안되지만, ‘금두뇌’는 괜찮다?

조금은 민감하지만 지나치기 어려운 사실 하나

By 퀘벤하운 . Apr 27. 2016

얼마 전 지인과 대화하다 ‘페북에 논란이 일 걸 알면서 굳이 특정 주제에 대한 글을 쓸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를 들었다. ㅍㅍㅅㅅ이나 직썰 같은데서 가져가는 내 글은 대부분 자기계발이나 관계에 대한 글인데, 이처럼 논란이 되지 않을만한 글만 쓰는 게 어떠냐는 말이었다.

 

물론 종종 댓글이나 다른 의견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며 좋은 의미에서 조언을 해 준 것이다.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굳이 내가 민감한 주제에 대해 논하는 이유가 있다. 세상의 숨겨진 이면을 좀 바라보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는 직관적으로 뉴스의 헤드라인을 보고 흐뭇해하고, 때로는 분노한다. 그리고 나는 조금은 그 뉴스의 뒷면, 옆면을 바라보고 싶을 때가 많다. 이 뉴스도 그러한 연장선에서 보고 싶은 기사이다. 그러니 그냥 내가 쓰고 싶어서, 한번 써 본다. 

 

 

자, 여기 20대 국회의원 선거 부산시 연제구에서 당선된 분이 계시다. 어려서부터 고모님 밑에서 힘들게 생활하였고, 아버지도 암투병을 하시느라 고생을 많이 하셨다. 상대 후보는 여가부 장관을 지낸 2선 의원이라 상대적으로 힘든 선거를 치렀다. 

 

하지만 그는 승리하였고, 각종 언론에서는 그를 흙수저 신화라 부른다. 평소 흙수저 담론을 싫어하는 나는 이 기사가 처음부터 불편했다. 헌데 기사를 보다 보니, 이 분은 고2 때 43명 중에 42등을 할 만큼 공부를 못했는데, 95년 50일 벼락치기로 부산대 법대에 입학했다고 한다. 흙수저는 맞다 쳐도 이쯤 되면 ‘금두뇌’다. 

 

조금은 불편한 사실을 하나 떠올려보자. 우리는 보통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좋은 대학 가고 좋은 직업을 얻는 것에는 정의롭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부유한 환경에서 공부를 못하고 적당한 직장을 얻지 못하는 것에 대해선 혀를 끌끌 차곤 한다.

 

당연하다 생각될지 모르는 이러한 담론에는 ‘공부를 잘한다는 것’이 ‘노력의 산물’이라는 논리가 기저에 깔려 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과 다를 수 있는, 어쩌면 사실을 교묘하게 가려버리는 논리이다. 

 

미시간 주립대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노력이 미치는 영향은 게임이 26%, 음악이 21%, 스포츠는 18%로 나타났습니다. 흥미로운 건 공부인데요, 노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겨우 4%. 결국 선천적 재능이 훨씬 중요하다고 합니다. 환경이나 나이 역시 중요한 요소라고 꼽았는데요. 이 결과 때문에 혹시 노력하는 사람이 줄어들지는 않겠죠?”(출처 : www.huffingtonpost.kr/2014/07/17/story_n_5594184.html) 

 

개인적으로 4%까지인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확실한 건, 공부는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능, 즉 두뇌의 영향이 엄청나게 많이 미친다. 예전 군대 가기 전 휴학하고 초등학생 학원 수학강사를 한 적이 있는데, 정말 구구단을 한 번만 알려줘도 단번에 암기하는 애가 있는가 하면 며칠 동안 갖은 유혹과 협박(?)을 동원해 알려줘도 모르는 애들이 있다. 공부에도 애초부터 출발선이 다르다. 

 

김해영 당선자님이 정말 어려운 환경에서 올곧게 자라 박수받을 만한 사람인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동시에, 꼴찌 하다 50일 공부해서 부산대 법대를 갈 만큼, 그리고 아버지 병수발 들면서 사법고시에 합격할 만큼 ‘금두뇌’를 가진 분으로 예상된다는 사실 또한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시작의 평등을 강조하며 흙수저 담론을 들먹이지만, 이러한 분들은 시작부터 기가 막히게 좋은 머리를 가지고 있었을 확률이 높다. 즉, 굳이 이를 두고 흙수저의 성공이라고 자축하거나, 정의가 승리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 괴짜경제학

 

시카고대학 경제학과 교수인 스티븐레빗이 쓴 <괴짜경제학>엔 하버드로 가는 두 갈래 길의 케이스가 등장한다. 부모의 사랑과 유복한 가정환경에서 자라난 어느 백인 아이. 그리고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아버지에게 구타당하다 십 대 때 폭력조직에 개입한 어느 흑인 아이. 어느 쪽이 더 ‘성공’ 했을까? 

 

백인 아이는 하버드 대학에 입학한 ‘테드 카진스키’로 17년 동안 폭탄테러로 온 미국을 공포에 떨게 했다. 반면 흑인 아이는 ‘롤랜드 G 프라이어 주니어’로 하버드대학의 경제학자가 되어 ‘흑인들의 낮은 성취도’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다. 

 

같은 환경이라도 누구에게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다른 누구에게는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환경에만 집중하여 흙수저 담론에만 집착한다면 나의 잘못된 점을 모두 남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있다. 부모의 탓, 사회의 탓. 하지만 그것이 해답은 아니다. 비록 어려운 환경이라 하더라도 각자의 특성에 따라 좋은 방향으로 갈 수도 있고, 나쁜 방향으로 갈 수도 있는 것이다.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가장 상대하기 껄끄러운 분들이 지독히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서울대를 나오신 분들이다. 대략 60년대 전후에 태어나신 분들이 그런 분들이 많은데, 대표적으로 MB를 생각하면 된다. 

“내가 다 해봤는데 돼. 너는 왜 제대로 해 보지도 못한다고 그러냐. 노력을 안 해서 그렇지…”

 

노력이 부족할 수도 있고, 시대가 다를 수도 있고, 두뇌가 다를 수도 있다. 모든 사람이 같은 능력을 갖고 있고, 노력하면 다 잘할 수 있다는 것은 산업화 시대가 낳은 신념일 뿐이다. 사실이 아니다. 모두에게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기 어렵다는 말이다. 

 

괜히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여 국회의원까지 된 분을 까는 듯하게 들렸다면 미안하다. 내가 불편한 부분은 이 분의 당선이 아니라, 이 기사에서 보여준 ‘흙수저 담론’이다.

 

“진박 제친 ‘흙수저 변호사’.. “기회 평등 사다리 잇겠다” 

(출처 : 한겨레 신문 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739770.html)

 

흙수저의 성공담론을 자꾸 들먹이면 들먹일 수록 성공하지 못한 흙수저는 더 좌절에 빠지게 된다. 기회는 평등했는데 성공하지 못했다면 그 '노오력'이 부족했다는 논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흙수저 변호사, 이건 그냥 형용모순이다. 둥근 정사각형, 침묵의 소리,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이랑 같다는 말이다. 너무 이 담론에 빠지지도 말고, 이용 당하지도 말았으면 좋겠다.

 

 
기사입력: 2016/08/10 [08:03]  최종편집: ⓒ yeslaw.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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