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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대한변협 하창우 신임 회장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대한변협 하창우 신임 회장
사법연대 기사입력  2015/03/04 [20:57]

 

 법조라운지]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대한변협 하창우 신임 회장

"前官 안 거친 연수원 출신…밑바닥 변호사 생생히 체험"

 

임순현 기자  hyun@lawtimes.co.kr 입력 : 2015-03-04 오전 11:37:04

하창우(61·사법연수원 15기) 신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평범한 '보통 변호사'다. 하지만 그의 가슴 속에는 오래전부터 평범하지 않은 법조계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이상이 자리 잡고 있었다. 화려한 전관 경력이나 대형로펌 근무 경험 없이, 고용 변호사에서 개업 변호사로 밑바닥에서부터 차근차근 올라가며 직접 체험한 법조계의 각종 불합리를 일소하겠다는 열정이었다. 그것이 바로 법관평가제처럼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하창우식(式) 법조개혁' 의 실현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었다. 하 협회장을 만나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시절에 이어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하창우식 법조개혁, 이른바 '하창우 2.0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하창우(61·사법연수원 15기) 신임 대한변협회장의 고향은 경상남도 남해군 이동면이다. 하루에 버스가 1~2번만 들어오는 '깡촌'이었다. 어린 그에게 남해의 시골마을은 사방이 놀이터였다. 이동초등학교 옆 당산에 올라 오디를 따먹고, 몇 키로미터 떨어진 상주해수욕장에 소풍을 가 조개를 줍고 낙지를 잡았다. 비록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였지만 이 시절은 하 협회장에게 너무나도 소중했다. "50년도 더 된 시절의 추억이지만 저에게는 가장 소중한 인연들과 함께 한 시절이었죠. 당시 초등학교 동창들과 지금도 두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작년 4월에는 동창들과 중국으로 회갑 여행을 다녀왔어요. 협회장 당선을 가장 기뻐한 것도 이 친구들이었죠. 사실 이번 협회장 선거에서도 남해 친구들이 알게 모르게 도움도 줬습니다."

하 협회장의 시골 생활은 초등학교 5학년 때 함께 살던 이모가 부산으로 시집가면서 끝이 났다. 문득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하 협회장이 이모를 따라 부산으로 전학을 가겠노라고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부모 곁을 떠나 낯선 도시생활을 견디는 것은 어린 아이에게 힘든 일이었다. "부산 동신초등학교로 전학을 갔어요. 신혼인 이모집에서 숙식하며 유학생활을 시작한거죠. 남해에서는 제법 공부를 잘하는 축에 속했지만 부산에서는 공부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당시 부산의 학부모들은 치맛바람이 거세기로 유명했죠. 적응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하루 버스 한 두번 들어오는 남해군 '깡촌' 출신
재수로 서울대 법대 입학… 군 제대 후 사시 합격
외삼촌인 김일두 변호사 밑에서 5년 변호사 수업


그러나 이듬해 6학년 때부터 어린 하 협회장은 공부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반에서 1~2등을 할 정도로 성적이 올라 부산과 인근 경남 지역에서 가장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모이는 경남중학교 입학시험에 무난히 합격했다. "집을 떠나 혼자 유학생활을 하다 보니 철저하게 스스로 계획을 세워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몸에 뱄습니다. 공부라는 것이 누가 조언해준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그때부터 했던 것 같아요. 일단 공부를 해야겠다는 목표가 정해지니 그 다음부터는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한번은 일요일에 도서관을 가는데 남해 출신의 미모의 여고생이 아는 체를 하면서 말을 붙이더군요. 시간 없다면서 외면을 할 정도로 당시에는 온통 관심이 공부에만 가 있던 때였습니다."

하지만 시험운은 좋지 않았했다. 재수를 해 서울대 법대에 진학하고 사법시험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재수를 해 서울대 법대 74학번으로 입학을 했어요. 하지만 사시는 매번 2차에서 낙방하더군요. 대학 동기들은 하나 둘 시험에 합격해 법조인이 돼 가는데, 저는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도통 사시와의 인연이 없었죠. 이인복·이상훈·고영한·민일영 대법관과 이진성 헌법재판관,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이 대학동기입니다. 결국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사법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그는 군에 입대해 육군본부에서 통신병으로 근무했다.
 
사법시험과의 인연은 엉뚱하게도 군대를 제대하고 덜컥 찾아왔다. 입대 전 사법시험 1차시험에 합격한 하 협회장은 1983년 1월 제대해 그해 5월에 치러진 사법시험 2차시험에 응시했는데 덜컥 합격한 것이다. 이처럼 합격은 예고없이 순식간에 찾아왔다. 사법연수원 생활도 녹록치 않았다. "연수원 수료 후에 외삼촌인 김일두(제2회 조선변호사시험에 합격하고 검찰에 투신해 법무부 검찰국장과 대검차장을 지냄) 변호사 밑에서 변호사 일을 배웠어요. 그런데 재조 경험이 없는 순수 연수원 출신 변호사이다 보니 여러 면에서 한계가 있더군요. 법정에서 '하 변호사는 연수원 출신 변호사냐?'고 물어보는 판사도 있었죠. 친한 변호사가 우리 같은 변호사는 '미운 오리 새끼'라고 자조하는 모습에는 허탈하기까지 했었습니다. 밑바닥 변호사를 생생히 경험한 시절이었습니다."

 

홀로 개업했지만 순수 연수원 출신의 한계 절감
전관예우 등 법조계 잘못된 관행 바로 잡는게 꿈
"6년간 변호사단체 회무 경험은 개혁의 밑거름"

 

외삼촌 밑에서 5년간 새내기 변호사로 수련한 하 협회장은 1990년 9월 서울법원종합청사 동쪽에 위치한 지금의 사무실에서 단독으로 개업했다. 독립을 했지만 '전관 변호사'가 아닌 그로서는 변호사 인생에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여전히 연수원 출신의 미운 오리 새끼였던 하 협회장은 그때부터 전관예우 타파 등 법조계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고심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도 전관예우는 법조계에 뿌리 깊게 박힌 악습이었죠. 판사와 검사, 변호사가 수시로 어울리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탓에 저 같은 순수 연수원 출신 변호사들은 입지가 불안할 수밖에 없었죠. 판·검사들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 그때부터였습니다."

하 협회장의 법조개혁 구상은 1997년 서울지방변호사회 총무이사로 처음으로 회무에 참여하면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정재헌 당시 서울회장은 일 잘한다는 소문을 듣고 일면식도 없는 하 협회장을 찾아와 총무이사직을 제안했다. 자신이 구상한 법조개혁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흔쾌히 받아들였다. 1999년 이진강 서울회장을 도와 다시 한 번 서울변회 총무이사직을 수행한 그는 2001년 정재헌 대한변협회장의 요청으로 대한변협 공보이사를 맡게 되면서 6년 연속 변호사단체 회무를 맡았다.

오랜 회무경험은 그가 2007년 서울회장에 당선하는데 훌륭한 밑거름이 됐다. 판·검사 경력도 없고 화려한 경력도 전무한 평범한 변호사에 불과한 그였지만 서울회 회원들은 오랜 회무경험으로 단련된 하 협회장을 신뢰했다. 사법연수원 출신 순수 변호사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서울회장 당선은 그가 오랫동안 꿈꿔온 법조개혁을 실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리고 그가 꺼내 든 첫 번째 카드가 바로 '법관평가제'였다. "당선되자마자 드디어 기회가 왔다는 생각을 했어요. 시작은 법원 개혁이었죠. 법관평가제를 도입하기 위해 우리보다 앞서 제도를 시행한 미국과 일본의 자료를 수집하는데 집중했습니다. 평가결과 상위 법관뿐만 아니라 하위 법관의 명단까지 공개하는 대만에는 두 번이나 현지답사를 다녀왔습니다. 당연히 법원의 반발이 거셌죠. 법관평가 결과를 들고 법원행정처장에게 면담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대법원 민원실에 법관평가결과를 접수해 사법 사상 처음으로 변호사들이 주도한 법관평가 결과를 대법원에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회 회장 당선 이후 첫 '법관평가' 도입 성과
"검사평가제 도입은 검사출신 변호사들 더 지지"
법조 진입 장벽 낮추고 로스쿨제도 정비도 과제


법관평가의 파장은 컸다. 서울회가 시작한 법관평가는 다른 지방회에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법원은 당황했다. 하 회장은 기세를 몰아 법조 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대한변협회장에 도전하기로 했다. 관례에 따라 서울회장 임기를 마친 하 협회장은 2년을 기다려 2011년 대한변협회장 선거에 출마했다. 당시 협회장 선거는 간접선거로 치러졌는데,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서울회가 추천할 대한변협회장 후보를 뽑는 선거였다. 당시는 대한변협 대의원 가운데 서울회 소속이 가장 많기 때문에 서울회 추천을 받으면 자연히 대한변협회장이 됐다. 하지만 결과는 낙선이었다. "처음으로 무섭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때를 기다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처음부터 다시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체력보강을 위해 헬스 운동을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어요. 2013년 대한변협회장 선거 과정에서 김현 변호사와 후보 단일화를 이룬 것도 대승적인 차원의 양보도 있지만 좀 더 준비를 해야 한다는 판단도 있었습니다."

하 변호사의 협회장 당선은 그가 구상해 온 법조개혁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검사평가제 도입과 로스쿨 개혁은 이른바 '하창우 2.0 프로젝트'의 핵심과제로 꼽힌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는 검찰은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면서 한 번도 제대로 평가받은 적이 없어요. 수사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변호사들이야말로 검사들을 평가할 수 있는 주체라고 생각합니다. 검사평가제는 오히려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더욱 지지하는 제도에요. 법관평가제의 경험을 바탕으로 추진하면 어렵지 않게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민들이 법조에 진입할 수 있는 장벽을 낮추고 공정한 판·검사 임용이 담보되도록 로스쿨 제도를 손보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새로워진 하창우식 법조개혁이 어떻게 이뤄질지 기대해 주십시오."

<글= 임순현 기자, 사진= 백성현 기자

 

 

▲     © 사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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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3/04 [20:57]  최종편집: ⓒ yeslaw.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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