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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깡통 주택의 비극, 장애인 가장의 죽음
인천 깡통 주택의 비극, 장애인 가장의 죽음
사법연대 기사입력  2014/11/02 [06:55]

 

한겨레 | 입력 2014.11.01 10:10

[한겨레] [토요판] 뉴스분석, 왜?


인천 깡통 주택의 비극(상)

▶ 사건·사고는 대개 표면적입니다. 그 이면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틀어박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석달 전 인천에서 제 몸을 불살라 사망한 한 40대 가장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의 분신은 단순히 한 개인의 비극적인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과정에서 여러 욕망들의 충돌이 빚어낸 돌출적인 결과물이었습니다. 그러고나서 비극은 금세 잊혀지고, 구조적인 문제는 그대로 남았습니다. 곪을 대로 곪아 터지기 직전의 상태로 말입니다.

벌건 대낮에 아내와 두 자녀를 둔 한 남자가 분신해 사망했다. 지난 7월31일 낮 12시50분께 2급 지체장애인인 손아무개(49)씨가 자신이 세들어 살던 인천 중구 신흥동의 한 아파트 14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몸에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였다.

사건에 앞서 이날 오전 손씨는 강제퇴거 조치를 당했다. 세들어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갔고, 부동산 인도 명령이 내려져 강제집행이 이뤄졌다. 막상 집행관이 집에 들이닥쳤을 땐, 손씨는 집에 없었다. 아내 박아무개(49)씨와 11살, 9살의 두 자녀만 집에 있었다. 이들은 강제집행으로 어수선한 집에서 나와 아파트 주차장에서 서성였다. 강제퇴거를 당했다는 소식을 아내에게 전해 듣고, 정오가 지나서 손씨가 아파트로 돌아왔다. 그는 바로 엘리베이터로 향했고, 이어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가족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14층으로 올라갔다. 복도는 이미 연기로 자욱한 상태였다.

경찰이 엘리베이터 폐회로화면(CCTV)을 확인한 결과, 손씨는 자신이 타고 있던 휠체어 뒷주머니에서 하얀색 플라스틱 통을 꺼낸 뒤 14층에 도착하자마자 인화물질을 몸에 끼얹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불은 순식간에 번졌다. 신고를 받고 구조대가 도착했지만, 이미 손씨는 숨진 뒤였다.

이날의 사건을 당일과 다음날에 주요 일간지와 지역매체, 온라인매체 등 30여 언론에서 기사로 다뤘다. 기사들에 공통적으로 등장한 열쇳말은 '장애인', '분신', '셋집', '강제집행' 등이었다. 몇몇 매체는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손씨가) 전세보증금 2500만원마저도 가압류에 걸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서 극단적인 행동을 한 것 같다"며 분신의 동기를 추정했다.

하지만 당시 보도는 오히려 여러 의문들을 남겼다. 손씨가 면적이 109㎡(33평형)에 이르는 수도권의 아파트 전세를 어떻게 시세보다 훨씬 싼 2500만원에 얻었는지, 또 전세보증금 2500만원은 왜 못 받았는지가 풀리지 않았다. 특히 보증금 2500만원 가운데 절대액 2200만원은 법적으로 세입자에게 보장된 금액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영세 세입자에게 최우선변제권을 보장해 집이 경매 등으로 처분되면 채권자 중에 가장 먼저 보증금을 돌려받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제퇴거 당하자 분신한 손씨
그는 수도권 아파트를 어떻게
시세보다 훨씬 싼 2500만원에
전세로 얻을 수 있었을까
보증금은 왜 못 돌려받았을까
부동산 거품 꺼지는 과정에서
깡통 된 집은 경매 넘어가는데
이때 중개인들이 세입자들의
최우선 변제권 운운하며
집주인과 세입자에게 접근하여…


왜 판사는 눈물을 흘렸나

남편이 사망하고서 두 달하고도 보름이 지난 10월15일 오후 2시20분 홀로된 박씨가 인천지방법원 민사법정에 출석했다. 박씨와 남편 손씨는 인천 중구에 위치한 부천우리새마을금고가 제기한 임대차계약 무효확인 청구소송의 피고인이었다. 이날 박씨는 의외의 소식을 들었다. 원고 쪽인 부천우리새마을금고가 소송을 취하한 것이다. 사건을 담당한 권순남 판사는 담담히 선고했다.

"원고 쪽에서 이사회를 10월13일에 열어 소를 취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원고는 배당금을 법원에 신청해서 받아가세요. 원고 불출석, 피고 출석. 이 사건은 소 취하로 종결됩니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판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기거는 어디서 하세요?"

"아파트에서요."

"(그 집에서) 나와 가지고?"

"예."

"애들 학교는 다니고 있어요?"

"예."

"힘든 일을 겪으셨는데, 잘 사세…요…."

판사는 감정이 복받쳤는지, 말을 쉽게 잇지 못했다. 그는 황급히 일어나 얼굴을 가리며 법정을 빠져나갔다. 재판에서 감정을 숨겨야 하는 판사가 복받쳐 오르는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다음 재판까지 잠시 자리를 비운 듯했다. 이어 박씨가 법정에서 터벅터벅 걸어나왔다. 박씨에게 다가가 취재의 취지를 설명하고, 간단한 질문들을 던졌다. 그는 "집 계약을 남편이 해서 나는 모른다. 내 이름으로 계약한 것도 몰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전에도 남편이 경매에 들어갈 집을 계약해서 너무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박씨와는 다음에 따로 만날 날을 약속했다.

소송 종결 다음날 박씨가 알려준 주소로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서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열람했다. 손씨와 박씨가 주택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정아무개(36)씨는 2006년 11월6일 그 집을 1억6천만원에 매입했다. 2009년 10월22일 부천우리새마을금고가 2억2490만원의 근저당을 설정했다. 제2금융권에선 대체로 대출금액의 130%를 채권최고액(담보로부터 회수할 수 있는 빚의 한도)으로 잡기 때문에 정씨가 빌린 돈은 1억7300만원이다. 하지만 정씨는 대출 이자를 갚지 못했고, 채권자인 은행은 담보권을 행사하며 아파트의 경매를 지난해 봄 법원에 신청했다. 인천지방법원은 지난해 6월20일 임의경매 개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은행 입장에선 걸리는 것이 있었다. 경매 개시 결정이 나기 두달 전인 지난해 4월 2500만원 상당의 전세권이 설정된 것이다. 바로 박씨 명의의 전세권이었다.

부천우리새마을금고의 한 임원은 "경매 개시 두 달 전에 설정된 전세권이라 의심이 갔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의심'이란 "가끔 채무자가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최우선변제 제도를 악용해 영세 임차인을 입주시키고, 보증금을 받고서 집을 날리는 경우가 있다. 세입자는 대개 부동산업자로부터 법적으로 보증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말을 믿고 계약한다"고 설명했다. 이 말은 사실이다. 인천지방법원에서 조정을 전담하는 문유석 부장판사는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소액 임차보증금이 보장된다고 믿었던 임차인들이 예측하지 못하는 소송을 당하는 사례가 인천지역에서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유형의 소송을 처분된 자산에 대한 배당에 이의를 제기한다고 해서 '배당이의' 소송으로 분류하는데, 인천지방법원은 소액 임차인을 상대로 한 배당이의 소송이 2012년 395건에서 지난해 529건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올해엔 7월까지 507건의 소송이 제기돼 지난해보다도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임차인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

지난 10월7일 인천지방법원에서 만난 문 판사는 "많은 임차인들이 소액 보증금에 대한 최우선변제권이 무조건 보장된다고 믿는데, 이는 큰 오해다. 판례상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문 판사가 언급한 '판례'란 대법원이 2005년 5월13일에 선고한 판결이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채무 초과 상태에서 채무자 소유의 유일한 주택에 대하여 임차권을 설정해 준 행위는 채무자의 총재산의 감소를 초래하는 행위가 되는 것이고, 따라서 그 임차권 설정 행위는 취소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라고 적었다. 대법원이 올해 8월26일에 선고한 판결은 좀 더 구체적이다. 이 판결문에선 부동산이 이미 채무 초과 상태이고, 임대차 계약이 체결되고서 4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경매 절차가 개시됐으며 임대차보증금 3200만원이 전세 시세인 2억6000여만원에 비해 지나치게 저렴한 점 등이 원고 승소의 이유였다.

이런 판례가 말해주는 것은 한마디로 빚 많은 집에 입주하는 세입자는 소액 보증금마저 떼일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문 판사는 "실제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보면 임차인들이 그나마 자신들의 유일한 재산이라며 울고불고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원고인 금융기관 역시 예금자의 돈으로 대출을 해줬기 때문에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 가운데에서 법원은 법리와 판례에 따라 판결을 할 뿐인데, 난감할 때가 꽤 있다"고 설명했다.

문 판사를 만난 10월7일은 공교롭게도 인천지방법원의 민사담당 판사들과 인천지역의 공인중개사협회 간의 간담회가 열린 날이었다. 이날 간담회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소액 임차보증금은 무조건 보장된다'는 것이 법에 대한 오해이며 이를 대중에게 알려 향후 피해자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10월20일 오전 문제의 아파트를 찾았다. 아파트가 위치한 동네는 인천항과 가까웠고, 북쪽으로는 청라새도시와 검단새도시, 북서쪽으론 영종국제도시, 남쪽으론 송도새도시에 둘러싸여 있었다. 아파트 인근 부동산의 한 직원은 "세입자가 돌아가신 그 집은 지난해 매물로 나온 적이 있다. 한두달 지나 다시 집주인에게 여전히 계약을 할 거냐고 문의했더니 세입자를 구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융자가 많은 집이었는데 어떻게 세입자를 구했는지 좀 의아한 생각이 들긴 했다"고 말했다. 그 직원은 "그 집은 전망이 좋아 같은 면적의 아파트 중에서도 괜찮은 가격에 거래되던 축에 속했다"고 덧붙였다. 시세는 2억1000만~2억2000만원대라고 했다. 국내에서 주택가격을 조회할 수 있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케이비(KB) 부동산시세' 웹페이지를 통해 이 아파트의 가격을 시기별로 조회했다. 매맷값은 케이비 부동산시세(9월 기준)가 2억1250만원, 국토교통부 실거래가(10월 기준)는 2억500만원이었다. 전세보증금은 케이비 부동산시세가 1억2500만원,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로 1억4500만원이었다. 두 수치의 차이가 있지만, 둘 다 박씨가 낸 전세보증금 2500만원과는 큰 격차가 있다.

인천에 유독 배당이의 소송이 많은 이유

이 아파트 역시 한때는 가격이 상당히 올랐던 곳이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는 "이 동네는 인근 새도시들에 비해 거품이 심하진 않았지만, 집값이 올랐을 때는 그 아파트를 기준으로 2억5000만~2억6000만원까지 갔다"고 말했다. 특히 2006년 10월 1억6000만원에 아파트를 매입한 정씨는 고점과 저점을 모두 경험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의하면 2008년 3분기 집값이 2억5800만원까지 올라갔고, 경매가 개시됐던 지난해 6월엔 1억8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주변 새도시들은 가격 변동폭이 더 컸다. 송도새도시 설립 초기 분양된 송도풍림아이원 1단지는 84.7㎡(25.7평)의 집값이 2006년 1분기 2억7000만원에서 2008년 2분기 5억3000만원까지 올라 고점을 찍은 뒤 현재 다시 3억원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값이 거의 두배 가까이 됐다가 다시 절반이 된 셈이다.

따지고 보면 손씨의 비극적인 죽음도 부동산 가격 거품과 관련이 깊다. 전 집주인인 정씨가 올라간 집값에 맞춰 최대한 돈을 빌렸기 때문이다. 정씨는 2007년부터 1년간 대출금액이 꾸준히 늘어난다. 그 이후엔 집값도 정체를 보이면서 대출금액도 엇비슷하게 유지된다. 2010년 이후 집값이 떨어지면서 대출금도 줄어든다. 2013년 이후엔 결국 이자도 내지 못하면서 아파트는 경매 절차를 밟는다. 즉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하우스푸어, 깡통주택이 양산되고, 세입자는 렌트푸어로 됐다가 결국 보증금을 떼인 것이다.

인천지역이 국내 다른 도시들에 비해 소액 임차인을 상대로 한 배당이의 소송이 잦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지방법원이 전체 민사소송 건수가 비슷한 수원지방법원, 부산지방법원 등과 비교해본 결과, 배당이의 소송이 수원에선 2012년 173건, 2013년 221건, 2014년 1~7월 116건이었고, 부산지방법원은 2012년 142건, 2013년 142건, 2014년 1~7월 76건에 그쳤다. 인천지방법원과는 대여섯배 차이 나는 수치다.

이유가 무엇일까. 부동산업자들과 배당이의 소송을 다루는 법조인들의 견해를 모으면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는 인천지역에 가격이 제대로 산정되지 않는 영세한 다가구주택이 많고, 둘째는 부동산 거품이 꺼진 이후 인천지역엔 집값이 반등세 없이 지속적인 내림세를 보여왔고, 셋째는 노동자, 외국인, 학생 등 외지인이 많아 값싼 단독가구의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인천에선 송도새도시, 영종 국제도시, 청라새도시, 검단새도시, 아시안게임 유치, 유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 등이 지난 10여년간 단골 호재로 등장하며 부동산 시장의 등락을 이끌었다.

하지만 인천지역에 배당이의 소송이 잦은 더 중요한 이유는 빚이 많은 집을 세입자에게 연결해주는 공인중개사 업자들의 탓이라는 지적도 있다. 배당이의 소송을 맡아 채권자인 금융기관을 대리한 경험이 많은 임호현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는 "배당이의 소송을 수십건 진행했지만, 중개업자들은 특정인 몇명만이 반복해 등장했다. 한 중개업자는 스무 건이 넘는 소송에서 이름을 발견했다. 이런 중개업자들은 세입자들에게 '전세보증금은 법적으로 최우선 변제를 받는다'고 속이고, 한 푼이라도 아쉬운 집주인에겐 목돈을 마련해주겠다고 접근해 수백만원의 수수료를 떼간다"고 말했다. 박상병 인천공인중개사협회 남구지회장은 "인천 중구나 남구 주택가에서 전봇대 등에 붙은 '싼 전월세' 전단지가 대부분 융자가 많은 깡통주택을 중개하는 광고다. 이런 중개업자들은 협회에 소속되지 않아 통제가 어렵다. 물론 일부 중개업자들의 잘못도 있지만, 은행이 대출심사를 잘못한 원죄도 크다"고 말했다.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기사입력: 2014/11/02 [06:55]  최종편집: ⓒ yeslaw.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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