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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개조하라 ② / 법치 무너진 나라
사법연대 기사입력  2014/05/05 [16:24]
 
삼풍百 7년6월刑 불과…솜방망이 처벌에 참사 되풀이
 
◆ 대한민국을 개조하라 ② / 법치 무너진 나라 ◆

 기사의 0번째 이미지독일 화학자 유스투스 폰 리비히는 1843년 `최소인자 결정의 법칙`을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식물 발육은 가장 부족한 영양소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으로, 아무리 다른 여러 성분이 풍성해도 특정 성분 하나가 부족하면 정상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170년이 지난 지금 그의 이론은 세월호 침몰 사고로 충격에 빠진 한국 상황에 딱 들어맞는다. 이익 극대화에 혈안이 돼 안전성 검사, 증축 개조, 화물 적재 등 요소마다 법과 규정을 송두리째 무시한 세월호의 침몰은 한국 사회에 법치와 원칙이라는 영양소가 얼마나 결핍돼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어두운 심해에서 수많은 목숨을 송두리째 앗아간 세월호는 법과 원칙, 규정과 매뉴얼이 사라진 한국 사회를 향한 가장 혹독한 경고음이었다. 단적으로 불법이 제공하는 이익에 현혹되지 않는 강력한 처벌 시스템이 작동했다면 규정보다 2~3배나 많은 화물을 싣고 다니던 세월호의 상습적 불법 운항도 불가능했다.

조홍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을 이탈해 사익을 추구하려는 행위에 대해 국가의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이라고 이번 참사의 원인을 규정했다. 한국은 기업 현장은 물론 지하철, 버스정류장 등 우리의 일상 속에서 "법을 지키면 손해"라는 인식이 뿌리박혀 있다.

한국헌법학회장을 역임한 조홍석 경북대 교수는 "법 위에 권력이 존재했다. 산업화 시대에 가진 자와 없는 자의 격차 문제를 법이 해결해주지 못한 탓도 크다"고 지적했다. 국민 법 감정과 동떨어진 법조문 현실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일례로 이탈리아 호화 여객선 콩코르디아호가 2012년 1월 질리오섬 인근 해안에서 암초에 부딪혀 침몰했다. 프란체스코 셰티노 선장은 사고가 일어나자 배를 버리고 탈출했고 결국 32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탈리아 검찰은 셰티노 선장에게 대량학살죄 15년, 배를 좌초시킨 죄 10년, 직무유기죄를 승객 1명당 8년씩 합산해 모두 2697년형을 구형했다.

한국의 현실은 어떨까. 사망자 502명, 부상자 718명을 발생시켰던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당시 책임자였던 이준 삼풍그룹 회장은 1996년 징역 7년6개월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한 것으로 끝났다.

`프란체스코 셰티노` 선장 격인 세월호의 이준석 선장. 검찰은 그에게 지난해 7월 처음 만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선박` 혐의를 적용해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법리 해석을 두고서는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만약 이 법이 적용되지 않을 경우 이 선장은 이준 삼풍그룹 회장과 같이 징역 7년6개월을 선고받고 끝날 가능성이 높다. 셰티노 선장이 징역 2697년을 구형받은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차이다.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한국과 이탈리아의 형법 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 형법은 살인죄와 상해죄를 모두 저촉했다면 살인죄를 적용하되 형량은 살인죄에 가중해 처벌하는 방식이다. 반면 이탈리아와 미국 등은 살인죄와 상해죄 형량을 모두 합산해 처벌한다. 이들 나라에서 이준석 선장에게 과실치사(최장 징역 5년)를 적용해 처벌하면 현재까지 사망자(188명)만 적용해도 징역 940년(188×5)이 가능한 식이다.

법치에 대한 사회의 느슨한 인식과 법치 자체의 허술함은 국가 경쟁력 자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수준에 다다랐다.

세계은행의 `세계거버넌스지수(WGIㆍWorldwide Governance Indicators)`를 보면 한국의 법치 현주소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세계은행은 매년 국가별 정치 안정성, 행정효율성, 규제의 질, 비폭력 등 6개 항목을 평가해 WGI를 발표한다.

6개 평가 항목 중에서도 가장 핵심은 바로 `법치주의`로 각각 최저치 -2.5, 최고치 2.5로 나뉜다. 2.5에 근접한 국가일수록 경제와 사회가 함께 안정된 선진국이라는 뜻이다. 상위에 이름을 올린 국가의 면면을 보면 1위 노르웨이(1.95)를 비롯해 핀란드(1.94) 뉴질랜드(1.88) 덴마크(1.85) 네덜란드(1.84) 등 유럽 국가들이 대부분이다. 반면 한국의 법치 지수는 0.97에 그쳐 212개 조사 대상 국가 중 41위에 불과했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기획취재팀=황인혁 차장(팀장) / 신현규 기자 / 이재철 기자 / 문일호 기자 / 최승진 기자 / 전범주 기자 / 이동인 기자 / 김규식 기자 / 정의현 기자 / 김태준 기자 / 임상균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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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05/05 [16:24]  최종편집: ⓒ yeslaw.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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