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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 구속자를 위한 한일변호제도 비교 고찰 (장경욱)
사법연대 기사입력  2013/11/13 [18:55]
체포 구속자를 위한 한일변호제도 비교 고찰 (장경욱)

장경욱/ 인권연대 운영위원

 지난 11월 2일부터 4일까지 서울지방변호사회 당직변호사 운영위원들과 함께 후쿠오카 변호사회 당번변호사 제도를 견학하였다. 후쿠오카 변호사회가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운영하는 법테라스(일본사법지원센터) 후쿠오카 지방사무소, 변호사회가 시민들의 왕래가 잦은 곳에 설립한 수많은 법률상담센터 중 하나로 텐진 지구에 설립한 텐진 법률상담센터 및 후쿠오카 경찰본부를 방문하였다.

 

그리고 후쿠오카 변호사회 2층 회의실에서 당번변호사제도와 형사법률구조제도의 운영 현장에서 활동하는 후쿠오카 변호사들과 한일 양국의 체포, 구속된 피의자 및 피고인을 위한 형사변호제도에 관한 상호 궁금증에 대하여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지난 2002년 오사카 변호사회 당번변호사제도의 견학 이후 다시 10년 만에 일본의 형사변호사제도의 변화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후쿠오카 변호사회가 최초로 시행한 이래 전국으로 확산되어 운영 중인 일본의 당번변호사제도는 체포, 구속된 피의자들에게 1회 무료 상담의 기회를 제공하여 주는 제도이다. 일본의 당번변호사제도는 영국의 의무변호사(duty solicitor)제도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의무변호사는 시민들이 필요해서 부르면 달려가야 하는 변호사라는 의미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1993년부터 일본의 당번변호사제도를 수용하여 당직변호사제도로 운영 중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체포 구속자에게 범죄 혐의 사실 요지, 체포 이유, 진술거부권, 변호인 선임권을 고지하여 주는 장면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이것이 미란다 원칙이다. 의무변호사, 당번변호사, 당직변호사와 같은 제도는 변호인을 선임할 자력이 부족한 체포 구속자에게도 체포 즉시 미란다 원칙을 활용하여 실질적으로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 준다는 점에서 그 의의와 가치가 매우 큰 중요한 제도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운영 중에 있는 당직변호사제도는 그 의의와 가치에도 불구하고 활성화가 되어 있지 않다. 2001년에는 순회 당직변호사제도를 실시하여 시민들의 연락을 기다리지 않고도 당직변호사가 직접 서울지역 경찰서 유치장을 찾아가 체포 구속자에게 무료 상담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시민들 속에서 당직변호사제도에 대한 인식과 지지가 낮아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한국에 비해 일본의 경우 시민들 스스로 체포, 구속되었을 때 당번변호사의 출동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매일 신문 광고란에 홍보되는 당번변호사 연락 전화번호로 당번변호사의 파견을 요청하는 것이다. 당번변호사제도를 잘 알지 못하는 체포, 구속자에게 사선 변호인이 없는 경우에는 경찰서, 법원 영장부에서도 당번변호사제도의 이용을 적극적으로 권고하며 당번변호사에게 연락을 취해주고 있다.

 

당번변호사제도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과 신뢰가 높은 일본에서는 변호사 입장에서도 체포 구속자를 위한 무료 법률상담이라는 공익적 측면에서나, 형사사건 수임의 측면에서나 당번변호사로 활동하는 것에 대한 참여도가 높다. 한국에서는 당직변호사로 출동하더라도 형사사건 수임구조의 왜곡(전관예우 등 연고 변호사 선호)으로 인하여 번외 상담 이상의 수임의 기회가 되지 않는 탓으로 당직변호사 제도가 정체 내지 답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체포 구속자의 처지에서 체포, 구속 즉시 출동을 요청하면 그 부름을 받고 즉시 달려가 무료 법률상담을 해주는 변호사 이상으로 형사 사건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변호사가 존재할 수 있을까, 거의 없다고 자문자답해 본다.


후쿠오카현변호사회와의 간담회 모습
사진 출처 - 서울지방변호사회


 일본에 비해 한국의 경우 구속전피의자심문제도(영장실질심사)를 피의자 국선변호제도와 잘 결합하여 사선변호인이 선임되지 않은 구속영장 청구 피의자에게 국선변호인을 의무적으로 선임하여 국선변호인으로 하여금 무료 법률상담과 영장실질심사 시 법정에 참여하여 변론케 하고 있다.

 

일본에는 영장심사 시 변호인이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을 이번 방문에서 듣고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 한국에서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영장실질심사 단계에서 피의자를 위한 국선변호사 선임이 가능해지면서 당직변호사제도의 중요성이 예전에 비해 줄어든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포 이후 구속영장이 청구되기 전까지의 단계에서의 당직변호사제도의 이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자력이 없는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필수불가결한 중요성을 지닌다.

 

어떠한 제도이든 시민들이 그 의의를 알고 찾고 지켜주어야 가치를 온전히 실현하게 된다. 변호사 집단에 대한 불신으로 당직변호사제도를 폄하하거나 무리하게 변호사의 헌신을 요구하며 변호사 집단을 매도하는데 당직변호사가 등장하기도 한다. 당직변호사를 숙직변호사로 왜곡하여 야간에 출동 요청을 하였는데 그 다음날 오전에야 출동하였다고 야박하게 왜곡하는 보도행태는 지양되어야 한다.

 

한국의 당직변호사제도는 시민들의 호응을 받아야 할 당위성이 높은 제도이다. 그 발전을 위해서라도 시민들이 당직변호사제도의 가치를 알고 자주 찾는 가운데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제도 정비를 위한 조언과 비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피의자신문 시 변호인 참여 제도와 결합하여 당직변호사제도가 자력이 부족한 피의자를 위한 피의자 신문 시 참여변호사제도로 발전하는 방안에 대하여 시민들과 함께 토론하고 싶다. 

 

 일본의 경우 영장실질심사 시 변호인 참여, 영장실질심사 시 피의자 국선변호제도, 피의자 신문 시 변호인 참여제도가 없다. 2006년 구속된 피의자에게 일정 요건(중한 사건, 자력 부족) 하에 피의자 국선제도가 도입되었다. 일본의 당번변호사제도는 피의자 국선제도가 전혀 기능하지 못하는 오랜 기간 동안, 피의자 국선제도가 도입된 이후에는 피의자 국선제도를 이용할 수 없는 시민들을 상대로, 사선을 선임할 자력이 부족한 시민들을 위한 법률구조제도까지 준비하여 이를 결합, 운영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제도의 준비와 운영을 변호사회가 창설하고 주도하였다. 당번변호사가 출동하여 1회 무료상담을 하였으나 자력이 부족한 체포 구속자가 법률구조를 요청할 경우 변호사회가 만든 재단법인 법률부조협회의 법률구조를 요청할 수 있고 이를 누구나 매우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자력이 부족한 피의자는 당번변호사의 1회 무료 법률상담 이후 국선대상 사건의 경우 법테라스의 피의자 국선제도를 이용하거나 법률부조협회의 법률구조제도를 이용할 수 있고 당번변호사로 접견한 변호사가 법테라스의 국선변호인이 되거나 법률부조협회의 법률구조변호사로 사건을 수임할 수 있게 연결되어 있다. 더욱이 법률부조협회에서 당번변호사에게 지급하는 변호원조비용이 사선 변호사의 선임료에 크게 격차가 나지 않는다. 일본의 경우 피의자 국선변호비용 또한 마찬가지로 사선 변호사의 선임료와 비교하여 현실화되어 있다. 한국의 경우 국선변호료가 사선변호에 비해 너무나 큰 격차가 나는 것과 비교할 때 천양지차다.

 

 법률구조제도를 담당하는 법테라스를 변호사회가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일본에 비해 한국의 경우 법무부가 주도하는 법률구조공단이 법률구조의 중심이다. 현재 한국의 법률구조공단이 가지는 인력과 재정을 변호사회가 주관하여 법률구조제도를 정비, 운영한다면 적어도 형사법률구조제도에 있어서는 시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법률구조제도를 정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현장의 변호사들이 한국의 법률구조제도의 허와 실에 대하여 많은 의견을 갖고 있으나 변호사회가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여 이를 정책과 제도의 변화로 연결하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시민들과 직접 접촉하며 법률구조의 필요성을 가장 절감하고 있는 현장 변호사들이 일본의 경우와 같이 법률구조의 중심에서 법률구조제도를 운영하는 경우 시민에게 다가가는 법률구조제도를 정비해 나가는 장점이 있다. 당직변호사제도 또한 그 의의와 가치에 맞게 법률구조제도와 결합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후쿠오카 변호사회 견학은, 피의자신문시 변호인 참여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한국에서 당직변호사제도 등 체포 구속자를 위한 법률구조제도가 제대로 정비되는 그날을 향해 분투하리라 다짐하는 좋은 기회였다.

장경욱 위원은 현재 변호사로

 
▲     ©사법연대


 
기사입력: 2013/11/13 [18:55]  최종편집: ⓒ yeslaw.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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