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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인명사전 발간…친일파 4389명 수록
사법정의국민연대 기사입력  2009/11/08 [18:14]

친일인명사전 발간…친일파 4389명 수록

[뉴시스 2009-11-08 14:26]
 
【서울=뉴시스】배민욱 권혁진 기자 = 친일인명사전이 8일 공개됐다. 편찬 작업을 시작한 지 8년만이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내 백범 김구선생 묘소 앞에서 '친일인명사전 발간 보고대회'를 열고 식민지 시절 일제에 협력한 인물들의 행적을 담았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간되는 3권의 사전은 친일문제연구총서 가운데 '인명편'에 해당하는 것이다 총 30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식민지 시절 일제에 협력한 인물 4389명의 행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수록대상 인물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장면 전 국무총리, 언론인 장지연, 무용가 최승희, 음악가 안익태, 홍난파, 현상윤 고려대 초대 총장 등 유력 인사들이 포함됐다.

이들은 "선정 기준으로 일제에 협력한 자발성과 적극성, 반복성과 중복성, 지속성 여부를 고려했다"며 "지식인과 문화예술인은 사회적·도덕적 책무와 영향력을 감안해 보다 엄중하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고(故) 신현확 전 국무총리와 최근우(1897∼1961년) 전 사회당 창당준비위원장, 이동훈씨는 제외됐다.

민족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신 전 국무총리는 일제 말기 근무지를 이탈해 고등관으로 부임하지 않았다. 최 전 사회당 창당준비위원장은 독립운동단체인 건국동맹에 참여한 민주국 이사관 최근우씨와 동일인으로 판명됐다.

이동훈씨는 일본 육사 27기로 소위 출신이지만 3.1운동 때 일경에 끌려가 고초를 겪고 상해 망명을 준비하다 사망한 사실이 확인돼 제외됐다.

또 조사가 미진한 382명은 수록대상에서 보류됐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추가조사를 실시한 뒤 '보유(補遺)편'에 수록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들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역사적 과제를 시민들의 힘으로 해결한 사례는 없었다"며 "국가가 외면한 미해결의 과제를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역사정의실현의 단서를 열었다는 점이 무엇보다 의미 있는 성과"라고 밝혔다.

이들은 "한국 근현대사 금기의 영역이 최초로 공개됨으로써 최근 만연하고 있는 퇴행적 역사인식에 경종을 울리고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며 "우리 내부의 부끄러운 역사를 고백하고 용기 있게 진실을 대면함으로써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였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소와 편찬위원회는 친일인명사전 발간에 이어 일제협력단체사전(국내 중앙편·지방편·해외편), 식민지통치기구사전, 자료집, 도록 등 총 20여권의 친일문제연구총서를 2015년까지 완간할 계획이다.

전시·교육을 전담할 역사관 건립과 전문분야별 인물별 연구서 발간, 일반교양 서적 보급도 병행 추진할 예정이다.

앞서 연구소와 편찬위원회는 지난해 8월 친일인명사전을 출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유족들의 이의신청 처리와 발행금지가처분 소송, 방대한 작업 분량 등으로 발행이 연기됐다.

친일인명사전은 일제 식민통치와 침략전쟁에 협력한 인물들의 행적이 기록된 사전이다. 선정 인물들의 친일행각과 해방 이후 주요경력 등이 기록된다.

2002년부터 편찬 작업에 들어간 민족문제연구소는 8년간 3000여종의 문헌 자료를 수집·분석했다. 또 250만명의 인물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확인·심의 작업을 거쳐 최종 수록대상을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150여명의 각 분야 교수와 학자 등이 편찬위원으로 참여했다. 집필위원으로 180여명, 문헌자료 담당 연구자도 80여명이 투입됐다.

특히 지난 2004년 초에는 네티즌을 중심으로 친일인명사전 편찬 국민성금운동이 전개돼 열흘 만에 목표액 5억원 전액이 모금됐다. 이후 계속 성금이 답지해 7억여원에 달하는 편찬기금이 조성되기도 했다.

한편 민족문제연구소는 숙명여대로부터 숙명아트센터를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S업체가 보수단체와의 충돌을 이유로 이날 대관 계약을 취소함에 따라 불가피하게 김구선생 묘소 앞에서 보고대회를 치르게 됐다.

mkbae@newsis.com
hjkwon@newsis.com

<저작권자ⓒ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한겨레] 예산삭감·소송 '외풍'에도


국민들 성금과 회비로 결실


"새로운 역사 열 계기되길"

8일 < 친일인명사전 > 의 발간은 해방 64년 만에 처음으로 민간 차원의 '친일파 청산 작업'이 일단락됐음을 뜻한다. 국가가 하지 못한 역사 청산의 과제를 민간이 먼저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해,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기초를 마련한 것이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은 "기나긴 망각의 세월을 딛고 이제서야 역사의 치부를 드러낸 사전 편찬은 우리 민족 전체의 참회"라며 "우리 역사의 한 시기를 정리하고 새 시대를 열어갈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친일인명사전 > 은 해방 직후 친일 청산을 위해 만들어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가 와해된 지 60년,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편찬위원회·위원장 윤경로)와 민족문제연구소가 본격적으로 발간 작업을 시작한 지 8년 만에 완성됐다.

이 사전의 구상은 < 친일문학론 > 으로 유명한 친일연구가 고 임종국씨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씨가 1989년 타계한 뒤 그 유업을 잇고자 1991년 '반민족문제연구소'(1995년 민족문제연구소로 개칭)가 설립되면서 사전 발간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2001년 12월 관련 학계를 망라한 편찬위원회가 구성돼, 강만길 전 상지대 총장과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 등 역사학계를 중심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예술 등 각 분야의 교수·연구자 180여명이 편찬위원으로 참여했다.

이후 석·박사 연구자 80여명이 일제강점기의 공문서, 신문, 잡지 등 3000여 종의 문헌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했다. 수집된 자료는 민족문제연구소가 사무실로 쓰고 있는 건물 지하 70여평을 채웠고, 이를 토대로 250만 건의 인물정보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됐다. 2005년 8월29일 사전 수록 예정자 3090명을 처음 발표했고, 지난해 4월29일 2차로 수록대상자 4776명을 재발표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선정된 수록 대상자에 대한 사전 집필은 2007년부터 시작됐다. 편찬위원 등 180여명이 집필위원으로 나섰다. 2004년 모은 국민성금 7억여원과 민족문제연구소 회원 5000여명이 내는 회비는 사전 편찬사업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하지만 사전이 나오기까지 고비도 많았다. 2003년 12월 국회에서 관련 예산이 삭감되기도 했고, 수록 예정자 명단이 공개된 뒤 일부 후손들의 이의신청 및 발행금지 가처분신청도 이어졌다. 2000년 일제강점기의 과오에 대해 참회했던 천주교계와, 2005년 청년회 등에서 친일 참회선언을 발표한 천도교계도 교단 차원에서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국회에서 삭감된 예산은 2004년 국민성금운동으로 채울 수 있었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장지연, 엄상섭 등의 유족이 제기한 게재금지 가처분 신청 등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윤경로 편찬위원장(전 한성대 총장)은 "편찬사업이 첫 성과를 내기까지 험난한 과정이 있었다"며 "끝이 보이지 않는 방대한 작업과 외압 속에서 지치고 좌절할 때마다 격려와 성원을 보내준 국민들이 없었다면 사전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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