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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앞 12년 "진짜 싸움꾼" 어느 칠순 노부부의 이야기
국회 앞 12년 "진짜 싸움꾼" 어느 칠순 노부부의 이야기
사법연대 기사입력  2019/08/31 [07:32]

국회 앞 12년 "진짜 싸움꾼" 어느 칠순 노부부의 이야기 [커버스토리]

김민아 기자 입력 2019.08.3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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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강사법’ 시행에 투쟁 접는 김동애·김영곤씨

김동애(오른쪽)·김영곤씨 부부가 지난 27일 국회의사당 건너편 천막농성장에서 웃고 있다. 부부는 대학강사 지위 회복을 요구하며 2007년 9월 친 천막을 2019년 9월 걷는다. 긴 싸움을 마치고 새로운 출발선에 선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김동애(오른쪽)·김영곤씨 부부가 지난 27일 국회의사당 건너편 천막농성장에서 웃고 있다. 부부는 대학강사 지위 회복을 요구하며 2007년 9월 친 천막을 2019년 9월 걷는다. 긴 싸움을 마치고 새로운 출발선에 선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대학 강사 교원 지위 요구하며

2007년 9월 시작한 천막 농성

‘강사법’ 시행에 긴 싸움 마무리

“법 미흡하지만, 우리 역할 끝나

남은 과제는 후배 강사들의 몫”

2007년 9월8일자 경향신문을 펼쳐본다. 1면 사진은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악수하는 모습이다. 2면에는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처리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소식이 담겼다. 5면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경쟁했던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가 경선 이후 처음 만났다는 기사가 보인다.

그날 신문에 실리지 않은 뉴스가 있다. 전날(2007년 9월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건너편에 들어선 천막 이야기다. 강사로 일하다 해고된 김동애(72)·김영곤(70)씨 부부는 이날 ‘대학강사 교원지위 회복’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12년이 흘렀다.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몇 차례 대통령이 바뀌었다. 한·미 FTA는 비준된 지 오래다. 이명박·박근혜는 청와대를 거쳐 감옥에 갔다. 여의도 천막은 비바람에 시달리며 자리를 지켰다.

김동애·김영곤씨 부부가 마침내 긴 싸움을 마무리한다. 9월 초 낡은 천막을 걷는다. 2011년 이후 네 차례나 시행이 미뤄져온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이 8월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다. 강사법은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한 것이 핵심이다. 대학은 강사를 1년 이상 임용하고 3년간 재임용 절차를 보장해야 한다. 방학 중 임금과 퇴직금도 지급해야 한다. 법은 강사가 해고될 경우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할 권리도 규정했다. 부부는 “강사가 교수의 노예에서 벗어나 비판적 교육자·연구자·지식인으로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천막을 칠 무렵 60세이던 아내, 58세이던 남편은 이제 나란히 칠순에 들어섰다. 부부는 자신들의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말한다. 강사법이 미흡해 보완할 부분이 많지만, 남은 과제는 젊은 후배들의 몫이라 여긴다. 학문의 길을 걷는 후배들을 향해 “아는 만큼 실천해야 한다. 저항은 권리이자 의무다. 입이 아닌 몸으로 싸우라”고 했다. 부부는 농성을 정리한 뒤 남편 김영곤씨의 고향인 충남 당진으로 떠난다. 각자의 관심분야에 대해 책을 쓸 생각이다.

지난 27일 좁고 허름한 천막에서 부부를 만났다. 아내와 남편은 서로를 향해 “진짜 싸움꾼”이라고 했다.

◆“42년 만에 되찾은 강사의 ‘권리’…대학 민주화, 지금부터 출발”

농성 10년째 어느 밤 김동애(오른쪽)·김영곤씨 부부는 ‘강사 교원 지위 회복’을 요구하며 12년간 한결같이 국회 건너편 천막농성장을 지켰다. 사람들이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했지만 그들은 승리할 날이 오리라 믿었다. 농성 10년째이던 2016년 여름 밤, 부부의 모습이다. 정지윤 기자

“강사 교원 지위가 박탈된 건…” 유신정권의 지식사회 분열 전략 2010년 서정민 박사 죽음 뒤에도 강사법 시행은 7년간 ‘유예’ 거듭 “강사도 연구하고 지도하는 사람” 이를 법으로 확립한 게 ‘강사법’ 마음에 안 들면 해고하던 대학에 정당하게 항의할 권리 생겨 “소규모 다양한 강의 공존해야” 분반 줄고 강의 대형화되면서 대학생들 학습권도 침해당해 토론할 수 있는 강의 많아져야 “강사법 시행 혼란 책임은 대학” 대학들 정말 돈이 없는 게 아냐 학습권 침해하며 강사 줄이는 건 등록금 인상 등 다른 속내 존재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근처에 ‘섬’이 있다. 낡은 천막이다. 좁디좁은 입구에 쳐진 발을 들췄다. 신발을 벗고 들어섰다. 온갖 살림살이가 빼곡하다. 작은 선풍기 한 대가 더위를 식힌다. 김동애·김영곤씨 부부가 12년을 지켜온 농성장이다. 천막 주인은 ‘다방커피’도 괜찮냐고 묻는다. 낡은 다탁을 꼼꼼히 닦고는 노트북 받침대로 쓰라고 내민다.

- 12년간 이어온 천막농성을 접는 소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김동애 = 긴 시간이지만 사실 그렇게 실감이 되지는 않아요. 하루하루가 너무 벅차고 과제가 많았으니까요. 특히 고 서정민 박사(조선대 강사) 등 돌아가신 강사들이 남긴 숙제를 풀어내느라 힘들었습니다. 서 박사는 강사가 대학에서 ‘노예’이자 ‘종’임을 알려달라고 했어요. 그의 죽음을 계기로 2011년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됐지요. 예정대로 2013년 시행되는 줄 알았는데 유예됐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저도 강사법 내용이 미흡하다고 생각해서 반대했어요. 하지만 조금 부족하더라도 그것이나마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임을 깨달았습니다. 12년 동안 국회에 관련 법안들이 제출될 때마다 살펴보고 검토하기를 되풀이했습니다. 한편으로 서 박사의 명예회복을 위한 노력도 계속했고요. 매일매일, 시시각각 힘들었습니다.

2010년 5월 스스로 생을 포기한 서 박사의 유서는 충격적이었다. 그는 “한국의 대학사회가 증오스럽다”며 자신이 겪은 비리를 폭로했다. 교수와 그 제자들의 업적을 위해 논문 50여편을 썼으며, 거액을 내면 교수직을 주겠다는 제안도 받았다고 했다. 유서에는 강사 처우 개선을 위해 투쟁하던 김동애씨를 거명하며 ‘법정투쟁을 부탁드린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서 박사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김동애씨는 눈물을 비쳤다.

2016년 8월26일 생일을 맞은 김동애씨(오른쪽)가 케이크의 촛불을 끄고 있다.  정지윤 기자

2016년 8월26일 생일을 맞은 김동애씨(오른쪽)가 케이크의 촛불을 끄고 있다. 정지윤 기자

- 투쟁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김동애 = 1992년부터 한성대 사학과에서 중국 현대사를 강의했습니다. 1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하는 ‘대우교수’ 신분이었어요. 7년 반 동안 별일 없었는데 1999년 9월 대학 측에서 갑자기 직위를 ‘시간강사’로 변경했어요. 해마다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느냐고 따지자 “시혜를 베푼 것뿐”이라고 하더군요. 원점으로 돌려놓으라고 소송을 냈더니 해고됐어요.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강사는 (교원으로) 법적 지위가 전혀 없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사실 대학에 재직할 때도 강의실 안에서는 보람을 느끼고 자신감이 있었지만, 강의실만 나가면 ‘쫄아들곤’ 했거든요.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가르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교원’이라는 지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2001년부터 강사의 법적 지위 보장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였고, 2007년 9월 국회 건너편에 천막을 쳤습니다.

김영곤 = 저는 김동애 선생(부부는 서로를 ‘선생’으로 호칭한다)과 달리 뒤늦게 강단에 섰어요. 대학 다닐 때 학생운동을 하다 제적되고 공장으로 갔습니다. 15년간 노동자로 일하면서 노조 간부로도 활동했어요. 그러다 노동운동을 중단하고 2005년 <한국 노동사와 미래>라는 책을 쓰게 됐습니다. 이 책을 본 고려대 강수돌 교수가 자신이 맡아오던 ‘노동의 역사’ 강의를 제게 맡겼어요. 56세에 강의를 시작했는데, 학생들이 질문도 잘하지 않고 뭘 물어도 답변도 안 해요. 왜 그런가 생각해봤습니다. 강사들이 대학 눈치를 보며 자기검열을 하다보니 수업에 쟁점이 서지 않고 재미도 없는 거죠. 저는 학생들이 물어보는 4대강사업이나 강정마을 해군기지도 토론 주제로 삼았어요. 그러면서 강사의 교원 지위 회복이 중요한 과제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2007년 아내와 함께 천막농성을 시작하고 2012년에는 고려대에도 텐트를 쳤어요. 교원 지위를 회복해달라, 강사료를 국립대 수준으로 인상해달라, 절대평가를 도입하자 같은 주장을 했더니 제가 학사라는 이유로 해고하더군요.

남이 대신 싸워주길 바라선 안됩니다. 입으로만 하지 말고, 몸으로 싸워야 해요. 이제 당신들 싸움입니다. 당신들 몫이에요.

박정희 유신정권은 1977년 교육법을 개정해 대학 교원에서 강사를 제외했다. 교수와 강사를 ‘갈라치기’함으로써 지식인 사회를 분리 지배하려는 전략이었다. 부부가 갈망해오던 교원 지위 회복은 지난 1일부터 시행된 강사법을 통해 실현됐다.

- 네 차례나 미뤄졌던 강사법이 드디어 시행됐습니다. 강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던 걸로 압니다.

김동애 = 가장 중요한 의미는 교원 지위를 회복한 데 있습니다. 그동안 강사는 강의만 하면 끝인 것처럼 돼 있었는데, 이제 강사도 ‘연구’하고 ‘지도’하는 사람이라는 게 법과 제도로 확립됐다는 뜻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사회적 의미가 스스로 증명될 거예요. 또 교원심사소청권이 생긴 것도 주목해야 합니다. 이전에는 어느 날 갑자기 강사에게 강의를 맡기지 않아도 이유를 따지기 어려웠어요. 하지만 이제는 교원심사소청위원회에 가서 정당하게 항의할 수 있습니다. 대학 내에는 민주적 절차의 상징인 평의회가 있습니다. 앞으로는 강사들도 당당히 평의회 같은 공식 회의기구에 들어가서 발언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 거죠. 학과에서도 교과 과정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고요. 정규직 교수들이 그동안 강사들을 노예처럼 부려왔는데 이제는 그런 관행이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분야에 비해 대학이 민주화에서 뒤처져 있었거든요. 강사의 교원 지위 회복은 대학 민주화의 출발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큽니다. 물론 미흡한 부분도 있어요. 예컨대 법에는 방학 중 임금 지급을 명시하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방학 중 예산은 2주치만 확보되는 수준에 그쳤어요. 직장건강보험과 퇴직금 적용도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김영곤 = 42년 만에 강사의 교원 지위가 회복된 것은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봅니다. 강사들이 비판적인 교육자, 연구자, 지식인으로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겁니다. 김동애 선생이 언급했듯이 교수·강사 채용이나 학사 운영 등이 보다 투명해지고 민주적으로 변할 겁니다. 또 지금까지는 법적으로 강사에겐 연구의 권리와 의무가 없었어요. 강사의 연구 성과는 사장되거나 교수의 논문 대필용으로 가로채기 당하는 경우가 많았지요. 지역사회 입장에서 보면, 서울에서 온 전임교수 중 상당수는 기회만 되면 수도권 대학으로 옮기려는 경향이 있어요. 그 결과 지역과 관련된 연구 성과들이 체계적으로 축적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강사가 법적으로 연구의 권리·의무를 갖게 됨으로써 지역사회의 현안을 깊이 있게 연구해 대안을 제시하는 일이 가능하게 됐어요. 서울의 큰 대학들이 모든 연구 부문에서 비교우위를 누리는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 대학들이 강사를 줄이고 강좌를 축소하면서 강사들의 불안감이 큽니다.

김동애 = 왜 이런 상황이 빚어졌을까요. 당사자들이 싸우지 않는 싸움이어서 그렇습니다. 다른 부문 노동자들은 모두 자신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데, 상당수 강사들은 ‘강사료만 국립대 수준으로 오르면 되지’하고 생각해왔어요. 40여년간 순치돼온 거죠. 사실 이 정도 성과를 거둔 것도 백준희 서울대 강사, 한경선 건국대 강사, 서정민 조선대 강사 등 돌아가신 선생님들의 목숨값이라고 봐야 해요. 우리가 아무리 힘들어도 죽은 사람들만큼 힘들기야 하겠습니까. 강사들이 지금 내 몫이 적다는 식으로 생각하거나, 남이 대신 싸워주길 바라선 안됩니다. 입으로만 하지 말고, 몸으로 싸워야 해요. 이제 당신들 싸움입니다. 당신들 몫이에요.

- 대학생들은 분반이 줄어들고, 강의가 대형화되는 등의 학습권 침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김영곤 = 학생들의 학습권은 적정한 강의 수, 강사 수가 유지될 때 보장됩니다. 그래야만 주입식이 아닌 토론식 수업도 가능해지니까요. 학생들은 기존 강의·강좌 수를 늘려달라는 요구는 물론이고, 완전히 새로운 강좌를 만들어달라고 당당히 요구할 권리가 있어요.

김동애 = 수강생이 일정 규모에 미달하면 폐강하는 제도를 없애야 해요. 수강생이 몰리는 대형 강의는 어쩔 수 없더라도, 소규모의 다양한 강의가 공존할 때 새로운 흐름이 생기고 학문적·질적 전환이 올 수 있습니다.

- 강사법 시행 이후 빚어지는 혼란은 누구의 책임이 가장 큰가요.

김동애 = 대학이지요. 지금 대학이 돈이 없는 게 아닙니다. 강사법 시행으로 추가 소요되는 비용이 대학당 평균 3억원으로 추산됩니다. 재정이 극히 열악한 일부 대학을 제외하면 대부분 대학에선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에요. 그걸 가지고 재정부담 운운하며 과대포장하는 데는 속내가 있을 겁니다. 오래전부터 이미 강사를 줄여왔는데, 학생들의 학습권까지 침해하면서 또 줄이는 이유 말이지요. 엄살을 부리다보면 강사법 재개정이든, 등록금 인상이든 하나라도 얻어낼 수 있겠지 생각하는 것 아닐까요.

◆“조직가 남편, 싸움 전문가 아내…의견 다를 땐 우리끼리도 논쟁”

12년 ‘일터’를 떠나며 열두 해 동안 싸움터이자 일터이자 삶터였던 국회 건너편 천막농성장의 모습이다. 김동애(왼쪽)·김영곤씨 부부는 좁디좁은 이 공간에서 서로에게 힘이자 위로가 되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12년 ‘일터’를 떠나며 열두 해 동안 싸움터이자 일터이자 삶터였던 국회 건너편 천막농성장의 모습이다. 김동애(왼쪽)·김영곤씨 부부는 좁디좁은 이 공간에서 서로에게 힘이자 위로가 되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싸움의 출발점이 ‘강사의 문제’ ‘학생의 학습권’으로 달라…어디에 집중할지 충돌 빚기도 강사들이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많이 배웠다는 기득권 있어…아는 만큼 실천하고 저항해야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났을까.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중국어’다. 김동애씨는 대학 2학년 때 중국 근대사에 흥미가 생겨 대만으로 유학 갈 결심을 했다. 1970년대 초에는 중국어를 배울 곳이 드물었다. 알아보니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에 1년짜리 중국어 과정이 개설돼 있었다. 5기 수강생이던 그는 4기 수강생이자 프로그램 조교 역할을 하던 김영곤씨를 만나게 됐다. 1972년 유신반대 시위로 김영곤씨가 제적당하고 수배되는 등 고초를 겪었다. 김동애씨가 안타까워하며 돕다가 ‘눈이 맞았다’. 두 사람은 “그 시절엔 흔하디흔한 스토리”라며 쑥스러워했다.

- 부부가 함께 투쟁하면 서로 힘이 되겠지만, 때로 어려운 부분도 있지 않은가요.

김동애 = 저는 싸움의 출발점이 ‘강사’의 문제였어요. 반면 김영곤 선생은 ‘학생’이었죠. 대학교육이 왜 이 모양인가, 학생들은 왜 입을 열지 않는가에서 출발했거든요. 출발점 자체가 다르니까, 전선이 여러 군데일 때 어디에 집중할지를 두고 논쟁이나 충돌을 빚기도 했습니다.

김영곤 = (웃으며) 좋은 점도 있습니다. 지출도 같이, 빚도 같이….

김동애 = 김영곤 선생은 연대 투쟁을 잘 끌어냅니다. ‘조직가’이지요.

김영곤 = 김동애 선생이야말로 ‘싸움 전문가’죠. 대학은 온갖 주류 기득권 세력과 결합한 거대권력입니다. 전문성이 없으면 싸울 수가 없거든요. 이 싸움이 만만치 않다는 걸 본인이 체득했어요.

- 오랜 투쟁을 하다 두 분 다 칠순을 넘겼습니다. 건강은 어떻습니까.

김동애 = 사실 이 정도 몸 상태도 감사할 일이에요. 길 건너편 한의원에 정기적으로 들러 점검을 합니다. 한번은 입원하라고 권유하기에 그렇게는 못한다고 했어요. 입원하면 천막을 접어야 하니까.

김영곤 = 학생운동을 오래 했고 수배 생활도 13년간 했습니다. 그 덕분에 절제하는 습관을 가졌어요. 이따금씩 고향(충남 당진) 집에 가는데, 나무를 때서 온돌을 데우는 게 건강에 도움이 되는 듯해요.

부끄럽지 않게 생각을 실천하며…결국 견뎌내고 보니까 이렇게 사는 게 옳았어요.

- 농성을 정리하면 당진으로 간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요.

김영곤 = 저는 동아시아도 유럽연합(EU) 같은 광역공동체·평화공동체를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서 책을 써보려고 합니다.

김동애 = 전공했던 중국 근현대사를 계속 연구하고 책으로 정리하려고요. 12년간 농성해온 결과는 자료집으로 만들어서 뒤에 오는 누군가가 참조할 수 있게 할 계획입니다.

- 함께 싸워온 동료 강사들 그리고 젊은 후배 강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까.

김동애 = 제 싸움을 보며 ‘필요 없는 싸움이야’ ‘강사는 고용만 안정되면 되지, 교원 지위가 왜 필요해’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도 중간중간 이렇게 사는 게 맞나 하는 회의가 들기도 했지만, 결국 견뎌내고 보니까 이렇게 사는 게 옳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 실천하며 사는 것 말이죠. 연구자들은 생각과 실천이 일치해야 합니다. 강사들이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많이 배웠다는 기득권이 있습니다. 아는 만큼 실천하고 저항해야 합니다. 저항은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김민아 선임기자 makim@kyunghyang.com


 
기사입력: 2019/08/31 [07:32]  최종편집: ⓒ yeslaw.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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