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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군과 숙소서 부적절 관계 '유부남' 장교가 승소한 이유
여군과 숙소서 부적절 관계 '유부남' 장교가 승소한 이유
사법연대 기사입력  2019/06/01 [12:29]

[이(異)판결] 여군과 숙소서 부적절 관계 '유부남' 장교가 승소한 이유

윤창희 입력 2019.06.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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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고와 피고를 모두 만족하게 하는 판결은 없습니다. 법적인 판단은 국민 정서와도 자주 부딪칩니다. 그래도 우리가 판결에 관심을 갖는 건 세상사를 다루기 때문입니다. 이(異)란 '다르다' '기이하다' '뛰어나다' 등 여러 가지 뜻이 있습니다. 연재로 소개될 판결들에 대한 평가도 저마다 다를 것입니다.


동료 여군 장교와 독신자 숙소에서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남성 장교, 그 남성 장교는 더구나 유부남이었다. 이 장교를 강제 전역시킨 군의 처분은 지나칠까.

A 씨는 육군 모 부대 대위로 재직하던 2016년 2∼10월 같은 부대 여군 대위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

육군은 유부남인 A 씨가 자신이 혼자 생활하는 독신자 숙소에 여군 대위를 출입하게 하는 등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같은 해 12월에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렸다. 군 인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중징계를 받은 경우 사단의 '현역 복무 부적합 조사위원회'를 거쳐 육군본부 전역심사위원회에 넘겨진다.

그는 이듬해 1월 현역복무 부적합 조사위원회에 넘겨져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전역심사위원회는 A 씨에 대한 전역을 의결했다. 전역심사위원회는 A 씨가 '판단력이 부족하고 사생활이 방종해 근무에 지장을 주거나 군 위신을 훼손해 현역복무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A 씨는 군복을 벗었다.

A 씨는 전역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이 사건을 어떻게 봤을까.

여군의 지위도 고려

결론부터 말하면 법원은 원고인 장교의 손을 들어줬다.

대전지법 행정2부(성기권 부장판사)의 주된 판단 근거는 남자 장교의 불륜 행위가 근무에 지장을 줬다고 볼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 원고의 불륜 행위가 근무에 지장을 줬다고 볼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며 "일부 성관계 장소가 독신자 숙소였다는 사실만으로 군의 대외적 위신이 손상돼 군인 신분을 박탈해야 할 만큼 중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이한 점은 이 사건 판단에서 불륜 상대방의 계급이 고려됐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같은 부대 '동료 여군'의 불륜은 '상관·부하 사이' 불륜보다는 군의 위신을 훼손하는 정도가 크지 않다"면서 "동료 여군과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정만으로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판단력이 부족한 사람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즉 위력이 작용할 수 있는 상하 계급 간 불륜이 아니라 동료 간 불륜이라는 점도 감안했다는 것이다.


비례원칙 위반

물론 법원도 '유부남' 장교가 군의 위신을 훼손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럼에도 장교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여러가지 사정을 고려할 때 군이 비례의 원칙(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행정법에서 '비례의 원칙'이란 행정 목적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 수단의 선택에 있어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과 제한되는 개인의 권리 사이에 일정한 비례 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근무지를 30분간 이탈해 개인 일을 보고 온 공무원을 파면 처분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재판부는 "사생활이 방종해 군의 위신을 훼손했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원고를 전역시키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반한다"며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 범위를 현저히 일탈했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했다. 법원은 A 씨가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낸 전역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유부녀와 불륜 저지른 직업 군인 강제 전역은?

이와 유사한 사건이 지난해에도 있었다. SNS를 통해 만난 유부녀와 불륜을 저지른 직업 군인을 강제 전역시킨 조치에 대한 행정소송이었다.

부사관 B 씨는 2017년 SNS를 통해 만난 유부녀와 불륜관계로 지내다 석 달 뒤 불륜녀의 남편에게 발각됐다. 이 사실은 B 씨가 근무하던 부대에 알려졌고, 해당 부대의 사단장은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이어 육군본부 전역심사위원회는 B 씨에 대해 '판단력이 부족하고, 배타적이며 화목하지 못하고, 군의 단결을 파괴하고, 사생활이 방종해 근무에 지장을 주거나 군의 위신을 훼손한다'며 현역 복무에 부적합하다고 의결했다. 이 의결에 따라 육군참모총장은 전역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대전지법 제1행정부는 "판단력이 부족한 사람이란 것은 '군인의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판단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라고 해석해야 하는데 B 씨는 그동안 47회의 표창을 받았고, 야전교범의 심의위원으로 참여한 적도 있다"라며 "오히려 16년간 모범적으로 군 생활을 해왔고, 지휘관도 B 씨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자는 의견이고, 동료들도 그의 군 생활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두 사람이 만난 것은 군 업무와 무관하고, 불륜 기간은 2∼3개월 정도였다"면서 "B씨가 그동안 모범적으로 군 생활을 해왔던 점 등을 고려하면 사생활 문제로 군인 신분을 박탈하는 처분은 지나치게 가혹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두 사건에서 법원은 규율이 엄격한 군대에서 불륜으로 물의를 일으켰어도 직무 수행에 큰 문제가 없다면 해고(강제 전역)는 비례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공익과 사익의 충돌 지점에서 직업인에게는 가장 강력한 제재인 '해고'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생각이다.

윤창희 기자 (theplay@kbs.co.kr)


 
기사입력: 2019/06/01 [12:29]  최종편집: ⓒ yeslaw.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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