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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검사의 발차기
임은정검사의 발차기
사법연대 기사입력  2019/03/10 [10:28]

○ 검사 임은정

 

"우병우의 공범인 우리가 우리의 치부를 가린 채 우병우만을 도려낼 수 있을까. 부실 수사를 초래한 검찰의 직무유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의혹 수사 대상은 전·현직 법무부 장차관, 검찰총장 등 검사장급 이상의 고위직. 이런 수사 대상이 현직에 있는 한 관련 의혹을 제대로 수사할 수도 없고, 그러한 수사 결과에 국민들은 납득할 수 없다"

 

 국정농단의 진상이 점점 밝혀지던 2017년 4월경,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하 ‘우병우’)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한 게시판에 올라온 글입니다. 당시 우병우는 ‘법꾸라지’로 불리며 많은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던 상황이라, 흔한 글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글은 현직검사가 그것도 검찰 내부 게시판에 썼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집니다. 그 주인공은 임은정 검사입니다.

 

 사실 임은정 검사가 검찰 내부를 비판한 것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진경준 전 검사장이 특혜성 주식투자 사건에 연루되었을 때도, 대로변에서 음란행위를 한 김수창 제주지검장이 사표를 내자 법무부가 신속히 수리한 일에도 임은정 검사는 날카로운 비판을 하였습니다.  이 정도면 ‘바른 말’ 검사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징계를 당했습니다. 그것도 “정직 4개월”이라는 중징계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임은정 검사 <출처: 한겨레 신문>

○ 검사 출입문까지 잠근 까닭

 2012년 당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판부에 근무하고 있던 임은정 검사는 윤 모씨의 재심사건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재심사건이란 이미 유죄로 확정 판결을 받은 사안에 대해 다시 재판을 하는 것인데, 이전 판결에 중대한 문제가 있을 경우에만 청구할 수 있는 아주 예외적인 절차입니다. 법원에서 재심청구를 받아들여 재심개시결정을 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로 무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걸 보여줍니다.

 홍 모씨 사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미 공범들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무죄 판결이 선고될 확률이 아주 높았습니다. 그래서 임은정 검사 “무죄 구형”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상급자인 부장검사는 “백지구형”하라고 지시하였습니다.

 

 구형은 재판이 끝나기 전에 재판을 맡은 검사가 재판부에 피고인의 형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과정으로, “피고인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와 같이 말을 하게 됩니다. 검사는 피고인에게 죄가 있다고 생각하여 재판을 청구한 사람이므로 피고인을 처벌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과거 판결에 문제가 있어 다시재판을 하는 재심사건에서는 유죄 선고를 해 달라고 말하기가 곤혹스러울 수 있고, 이런 곤혹스러움을 피하기 위한 방편이 “백지구형”입니다. 백지구형은 ‘법과 원칙에 의한 판단을 구한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인데, 사실상 아무런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재판부가 알아서 판단해 달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일종의 백지수표를 내미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죠. 

 “백지구형”을 하라는 부장검사의 지시를 임은정 검사가 따르지 않자, 부장검사는 임은정 검사를 해당 사건에서 배제시키고 다른 검사에게 백지구형을 하도록 지시하는 직무이전명령을 하였습니다. 보통의 검사라면 이 정도에서 물러섰겠지만 임은정 검사는 달랐습니다.

 

 재판 당일 아침에 검찰 내부 게시판에 “징계청원”이라는 제목을 글을 예약 게시한 임은정 검사는 법원으로 갔습니다. 법정에 있는 검사 출입문에 “징계청원을 게시판에 올려두었다. 무죄구형을 할 것이다.”라는 메모지를 붙이고, 검사 출입문을 잠갔습니다. 다른 검사가 자신을 대신하여 구형을 하는 걸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다른 검사는 검사 출입문이 잠겨있자 민원인 출입문을 통해 법정에 들어갔지만 이미 임은정 검사는 무죄구형을 한 뒤였습니다. 그리고 그날, 재판부는 피고인 윤 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무죄구형을 한 임은정 검사는 검찰청으로 돌아가지 않고 12시 경 퇴근하였습니다. 전날 오후 반일연가를 신청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영화 "더 킹"의 안희연 검사는 임은정 검사를 모델로 삼았다고 합니다. <출처: 영화 스틸컷>

 

○ 검찰의 징계 사유

 검찰은 임은정 검사에게 정직 4개월의 징계 처분을 하였습니다. 징계 사유는 4가지였습니다.

 

 첫째. 부장검사가 임은정 검사가 아닌 다른 검사로 하여금 사건을 맡도록 하고 백지구형을 하도록 지시를 했음에도 임은정 검사는 직무상 지시를 따르지 않고, 무죄구형을 하여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다.

 둘째, 법정의 검사 출입문을 잠금으로써 다른 검사가 법정에 출입하는 걸 막아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다.

 셋째, 검찰 내부 게시판에 “징계청원”이라는 글을 올리고 이 글이 외부에 전파되도록 하여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했다.

 넷째, 오후 반일연가는 오후 2시부터 사용할 수 있는데 12시 경에 법원에서 바로 퇴근하여 성실의무를 위반했다.

 

○ 법원의 판단: “징계는 적법하지 않다.”

 징계 사유가 타당하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먼저 임은정 검사를 재판에서 배제시킨 부장검사의 직무이전명령이 적법한 것이었는지가 문제됩니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찰총장, 각급 검찰의 검사장 및 지청장은 소속 검사의 직무를 다른 검사에게 이전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장검사는 검찰총장, 검사장, 지청장이 아니므로, 기본적으로 직무를 이전시키는 명령을 할 수 없는 겁니다.

 

 검찰은 “원래 검사장이 해야 하는 게 맞지만 검사장을 업무를 부장검사가 대신해서 한 것이다.”라고 주장했지만 그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검찰청의 장은 소속 검사에게 검사의 직무 이전에 관한 일을 위임할 수는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부장검사가 대신 그 일을 하려면 “직무이전 명령을 위임할 수 있다.”라고 명확하게 정해놓은 위임규정이 있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 그런 위임규정은 없었습니다.

 한 마디로 부장검사가 임은정 검사를 배제시킨 행위는 법률상 근거가 없는 위법한 것이었고, 임은정 검사는 여전히 그 사건의 적법한 공판검사였던 것입니다. 그러니 공판검사로 출석하여 무죄구형을 하고, 다른 검사의 출입을 막은 행위는 징계 사유가 아니라고 법원은 판단하였습니다.

 

 백지구형이 아니라 무죄구형을 한 행위는 어떨까요? 대법원은 무죄구형을 한 행위 자체가 징계사유가 아니기 때문에 자세한 언급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고등법원은 무죄구형이 적법하다고 명시적으로 밝혔습니다.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이기 때문에 공소사실(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범죄사실)에 대해 유죄인지 무죄인지 의견을 제시하고, 유죄라면 그에 상응하는 형에 관한 의견을 진술할 법적인 의무와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즉 고등법원은 검사가 피고인이 무죄라고 판단한다면 무죄구형을 하는 것이 법에 맞는 행동이고 오히려 백지구형은 법에 부합하는 행동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법원은 검찰청의 내부 게시판에 글을 쓴 행동도 징계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검찰 내부 게시판은 검찰 구성원 사이의 자유로운 의사 개진을 통해 소통을 장려하기 위한 용도이므로 게시글을 올리는 것 자체가 문제되지는 않습니다. 임은정 검사의 글이 외부로 공개되기는 하였지만 임은정 검사가 외부로 유출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과거사에 대한 검찰의 입장이 전향적으로 재검토되는 전기가 마련된다면, 하여 검찰이 재심사건을 포함한 모든 사건에 있어 일관되게 죄에 상응하는 구형을 하게 된다면 검사로서 제가 할 도리를 한 것 같아 여한이 없을 것 같다.”와 같이 검찰에 다소 비판적인 표현을 사용하였으나 특별히 자극적이거나 정도가 심한 주장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출처: 다음 뉴스 화면 캡쳐>

 검찰이 징계사유로 삼은 4가지 중에서, 3가지는 아예 징계사유가 아니라고 법원이 판단하였고 하나만 남았습니다. 바로 반일연가를 2시부터 사용해야 하는데, 12시부터 사용했다는 것. 법원은 연가 사용규정을 어긴 것 자체는 징계사유에 해당하지만, 1~2시간 정도 일찍 연가를 사용했다고 해서, 정직 4개월의 징계에 처하는 건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판결했습니다.

 결국 1심, 2심에 이어 3심인 대법원까지 임은정 검사에 대한 징계 처분은 위법하여 동일한 결론을 내렸고 임은정 검사에 대한 징계는 취소되었습니다.

 

○ 괴물이 되지 않기

 조직 생활을 해 본 사람은 압니다. 상급자가 내리는 명령을 거부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특히 검찰처럼 상명하복의 문화가 강한 곳이라면 더욱 그럴 겁니다.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상사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이른바 검사동일체의 원칙을 법률(검찰청법)에 명시하고 있던 조직이 바로 검찰입니다(현재는 검찰청법이 개정되어 검사동일체의 원칙은 법률상으로는 사라짐).

 

 그런 엄격한 분위기 속에서도 임은정 검사는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바로 잡기 위해 용감하게 목소리를 냈습니다. 검찰 조직 구성원이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에 대해서 임은정 검사는 말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지시를 그대로 따르는 검사들을 나는 ‘자판기 검사’라고 부른다. 위에서 주문하는 대로 만들어내는 사람을 검사라고 할 수 없지 않나? 그런 사람들이 걸러지지 않고 요직으로 승진하는 시스템은 정상이 아니다. ‘괴물을 잡기 위해 검사가 됐는데, 알고 보니 우리가 괴물이구나’ 싶었다. 간부들과 동료들에게 띄운 나의 글들은 검찰에 대한 연서(戀書)다. 사랑한다면 포기할 수 없고, 포기할 수 없다면 몸부림쳐 봐야 하지 않겠나.”

- '내부 고발자' 검사 임은정, 현직 검사 첫 언론 인터뷰, 한겨레(2017.09.22.)


 
기사입력: 2019/03/10 [10:28]  최종편집: ⓒ yeslaw.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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