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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그럽게 용서해 달라'던 유시민, 마지막까지 그는 달랐다
'너그럽게 용서해 달라'던 유시민, 마지막까지 그는 달랐다
사법연대 기사입력  2018/07/02 [19:36]

'너그럽게 용서해 달라'던 유시민, 마지막까지 그는 달랐다

하성태 입력 2018.07.02.     
[하성태의 사이드뷰] 유시민 떠난 정치예능.. 지금 필요한 것은?

[오마이뉴스 하성태 기자]

 유시민 작가
ⓒ 권우성
"시사예능 프로그램이 이처럼 시청자들의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앞서 설명했듯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급변하는 정치지형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정치 예능의 활황기에 대한 평가다(관련 기사 : 시사예능의 인기 비결? 박근혜 때문이다). 탄핵정국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비극적인) 블랙홀이었지만, 한국 방송 사상 최초의 '정치예능'이라 할 만한 JTBC <썰전>은 당시 10%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호황을 누렸다.

"2년 반 동안 진짜 많은 일이 있었죠. 20대 총선하고 나서 태블릿 PC 나오고 시작해서, 촛불집회, (박 전) 대통령 탄핵, 조기대선, 그러고 나서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그리고 지방선거까지. 2년 반 동안 어마어마한 일이 있었더라고요."

진짜 그랬다. 2016년 1월 유 작가가 <썰전>에 합류한 이후, '격동'이란 단어가 무색한, 세계가 주목한 '사건'들이 대한민국에 연이어 터졌고, 그에 발맞춰 <썰전>과 정치예능 역시 일단의 전성기를 맞았다. 그 와중에 유시민 작가는 <썰전>을 '박수칠 때 떠나'게 됐다. 일종의 '간판스타'가 작별을 고한 지금, 정치 예능은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까.

  JTBC <썰전>의 한 장면
ⓒ JTBC
유시민의 2년 6개월이 가리키는 것

"저는 세상과 정치를 보는 저의 관점과 해석을 제시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저의 견해가 언제나 옳다거나 제 주장이 확고한 진리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습니다. 다만 시청자들이 저마다의 정치적 정책적 판단을 형성하는 데 참고가 되기를 바랐을 뿐입니다.

말할 때는 맞는 것 같았는데 며칠 지나고 보니 아니었던 경우도 많았고 지나치거나 부정확한 표현을 쓰고서는 뒤늦게 후회한 일도 적지 않았습니다. 저의 말에 상처받은 분이 계시다면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정치에서 더 멀어지고 싶어서 정치 비평의 세계와 작별"한다는 '글 쓰는' 유시민의 하차의 변은 역시나 유려했다. 그럼에도 이 정치 예능의 세계에서 필요한 그 무엇을 끝까지 짚어내는 '배려'를 잊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 누군가의 "세상과 정치를 보는 관점과 해석"이 언제나 맞을 수는 없다. 정제된 글이 아닌 시의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말의 성찬'이기에 더더욱 후회가 뒤따를 가능성도 높다. 그럼에도 그 관점과 해석을 시청자가 "정책적 판단"을 하는데 참고한다면, 그것은 분명 '논객'으로서, '글쟁이'로서 또 보람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유시민의 2년 6개월은 확실히 그러했다.

유시민의 <썰전>이 아니더라도, 여타 정치 예능을 소비하는 이들의 패턴은 주로 3가지라 할 수 있다. 시류를 읽고 싶거나, 뉴스보다 더 깊게 사안을 보고 싶거나, 더 나아가 어떤 사안와 관련해 내 의견과 같은 목소리를 내주는 '편파 방송', '편파 출연자'의 화끈한 목소리를 기대하거나.

오늘도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것이 정치 팟캐스트요,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의 토론과 인터뷰들이다. 유시민 작가를 <썰전>으로 이끈 것도, 그에 앞서 진중권 동양대 교수와 노회찬 정의당 의원과 함께 출연했던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의 인기가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비록 10대와 20대들이 유튜브에 열광하고 있는 와중이라 할지라도 정치시사 영역의 확고한 성은 아직은 견고하다고 할 수 있다.

그 틈바구니에서 유 작가는 분명 독보적인 존재였다. 비단 전직 정치인 출신이자 유명 저자여서만이 아니다. 환갑을 바라보는 그는 < 100분 토론 > 시절의 그 '논객'도 아니었다. 훨씬 더 유연해지고 유려해진, 그리하여 반대편에 앉은 전원책 변호사의 보수 사랑도, 박형준 교수의 '균형'을 빙자한 MB 변호도 기꺼이 보듬을 줄 아는 아량을 겸비한 작가 유시민. 급기야 나영석 PD에 의해 <알쓸신잡>에 캐스팅돼 인기를 누린 이 유시민을 대체할 이가 과연 또 있을까.

ⓒ JTBC

ⓒ JTBC
지금 정치예능에 필요한 것   

그러고 보니, 요즘 정치 예능이 잃은 것이 유시민 뿐만이 아니었다. 가까이는 박근혜와 MB, 두 전직 대통령을 잃었고(?), 멀게는 트럼프 미 대통령을 잃었다. 비판의 대상이라는 측면에서만 그러하다. 대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란 향후 몇 년은 지치지 않고 이슈들을 쏟아낼 정국이 펼쳐질 전망이다. 그럼에도 <썰전>을 비롯한 정치 예능은 3%대 시청률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TV조선 <강적들>은 균형과는 거리가 멀었다. 정두언과 정청래, 스피커가 큰 두 전직 의원을 앞세운 MBN <판도라>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고만고만하다. 정봉주 전 의원을 잃은 채널A <내부자들>은 급기야 류여해 전 자유한국당 최고의원과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까지 내밀었다. 지상파는 또 어떠한가.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제대로 사고를 친 이후 주춤하고 있고, KBS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또 그러고 보니, 너무 많기도 하다. 이슈는 매번 중복되거니와 시의성과 상관없는 이슈를 발굴한다거나 핫 이슈 하나의 이면까지 완벽하게 마스터해주는 프로그램도 찾아보기 쉽지 않다. 패널들의 함량은 분명 떨어지지 않는데, 단견에 그치거나 사안마다 용두사미 격인 경우도 허다하다. 그 중 앞날이 가장 궁금한 쪽은 시작부터 확실히 각을 달리했던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다. 부침이 계속될지 난국을 타개할지 말이다.

지금의 백가쟁명이 계속될지, 구관이 왜 명관인지를 증명하게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허나 유시민 이전의 <썰전>을 되새겨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 <썰전>이 견지했던 그 한국식 '기계적 균형'이 왜 지지부진했는지를. 그 균형의 성벽이 보기 좋게 깨졌던 때가 바로 국정농단 사태였다는 것을.

그 이후 한국사회에서 '새는 좌우로 난다'는 명제가 깨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치예능을 만드는 제작진 역시 한국 사회를 지배해온 그 '기계적 균형'의 허상을 깨우칠 때가 됐다.

< 100분 토론 >식 '진보'대 '보수'와 같은 (때때로 함량미달인) 말의 성찬보다 제작진이 개입해서 분명한 입장을 전달하는 편집의 미학이 훨씬 더 파닥파닥 튀는 생동감을 전달할 수 있다. 균형 잡힌 시각을 담보하는 동시에 제작진의 확실한 스탠스를 보여줄 때만이 입소문이 열릴 것이다. 얼토당토않은 '망언'록의 나열이 아닌 진짜 정치시사 토크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 유성호
유 작가의 후임으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출연한다는 소식이다. 현직 정치인이, 그것도 진보정당의 원내 대표가 정치예능에 고정으로 출연하는 사례는 전례가 없다. 반면 '노회찬의 입'은, 그의 차진 비유는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그가 유시민의 바통을 이어 받아 정치예능의 한 획을 그을지, 지방선거 이후 상승 중인 정의당의 지지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일이다. 그렇게 유시민이 가고, 노회찬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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