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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건 곳곳 '재판개입' 정황에도 "아니다" "모른다"..조사 한계
문건 곳곳 '재판개입' 정황에도 "아니다" "모른다"..조사 한계
사법연대 기사입력  2018/06/10 [15:42]

문건 곳곳 '재판개입' 정황에도 "아니다" "모른다"..조사 한계

최동순 기자 입력 2018.06.10. 08:00
구체적 동기·경위 판단 유보한 채 '행정권 남용' 결론
"인적조사 면담 수준..진상규명하려면 강제조사 필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판거래 의혹' 관련 입장을 발표를 마친 후 나서고 있다. 2018.6.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판거래 의혹' 관련 입장을 발표를 마친 후 나서고 있다. 2018.6.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최동순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보고서에 양승태 사법부의 부적절한 '재판 개입' 정황이 곳곳에 포착됐지만 특별조사단은 서로 엇갈리는 당사자 진술 탓에 사법행정권 남용의 구체적 경위나 동기를 파악하지 못한 채 조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 독립을 훼손한 반헌법적 사안인 만큼 진상규명을 위해서라도 강제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0일 특별조사단이 공개한 사법행정권 남용 문건을 보면, 당시 법원행정처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지방의원 1심 재판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의 의중을 파악하려 한 정황이 드러나 있다. 법원행정처에 비판적인 일선 법관의 재산내역까지 캐내고, 특정 연구회를 소멸시키기 위해 노력한 정황도 담겼다.

하지만 문건 작성에 관여한 당사자들은 주요 사안마다 의혹 확산을 막고 책임을 피하기 위한 진술로 일관했다.

의혹 문건의 작성을 주도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윗선'을 묻는 조사단의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보고된 문건이냐는 질문에도 "기억이 안 난다"는 말로 일관했다. 강제조사권이 없는 조사단은 결국 문건 속에 명시된 사법행정권 남용을 문제 삼는 데서 조사를 끝내야 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 문건의 일부 © News1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 문건의 일부 © News1

◇'재판 개입'에 서로 다른 진술…문건 작성자도 못 밝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는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사회적·정치적 관심이 쏠려있던 통진당 비례대표 지방의원 강제퇴직처분 불복 소송에서 담당 재판부와 접촉해 선고 결과를 미리 파악하려 했다.

'(150915)통진당지방의원인용파장분석(문OO)수정(이OO)' 문건에는 '당초 청구인용이 예상됐음'이라며 '재판장의 잠정적 심증 확인(사법지원총괄심의관-연수원 동기)'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재판장인 방모 부장판사와 동기인 심모 사법지원총괄심의관을 통해 재판 결과를 미리 알아봤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시자와 행위자, 재판장의 진술은 각각 다르다. 문건을 최종 수정해 임 전 차장에게 보고한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조사에서 "판결에 '사법부에 판단 권한이 있다'는 판단이 들어가야 한다고 판단해, 심 총괄심의관을 통해 방 부장판사에게 얘기를 해 보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재판 내용 등을 파악했다"고 진술했다.

반면 심 총괄심의관은 "2015년 9월16일로 예정된 선고기일 전 방 부장판사와 연락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방 부장판사는 "국정감사 일정에 따라 선고기일을 연기해달라는 요청을 심 총괄심의관으로부터 받았고, 그 과정에서 내 생각을 먼저 얘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판 개입 정황이 드러난 원세훈 전 원장 재판에서도 당사자들의 진술은 엇갈렸다. '(151006)원세훈사건환송후당심심리방향' 문건은 재판부와 접촉해 향후 재판에 대한 전망을 작성한 보고서다. 문건은 재판장이 이전 재판에서 쟁점화되지 않은 공모관계 등에 대해 재심리를 할 것으로 판단하면서 '재판장과 주심판사(최○○ 고법판사, ○○기)와 통화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라고 적었다.

이 문건에 대해 재판장 김시철 부장판사는 "계속되는 언론보도로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서울고법 공보관과 함께 여러차례 논의했다. 그 과정에서 재판진행의 구체적 내용에 관해 이야기하고 석면준비명령과 관련한 자료를 준 적도 있다"고 진술했고, 이모 공보관도 이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문건 작성자는 밝혀지지 않았다. 임 전 차장은 "재판과정에 불협화음이 있어 '누군가'에게 공판진행상황을 알아보라고 지시해 작성된 문건"이라고 진술했다. 결국 조사단은 문건 작성자는 파악하지 못한 채 "당초 의도한 정보 제공의 목적과 다르게 사법행정 담당자에게 유출될 위험성이 있으므로 부적절한 행위"라고 결론냈다.

또 '(150210)원세훈전국정원장판결선고관련각계동향' 문건에는 청와대의 관심 사안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우회적·간접적 방법으로 재판부의 의중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알리는 한편'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하지만 임 전 차장은 "수사학적 표현으로 립서비스에 불과하다"고 해명했고, 조사단은 "거짓표현에 불과했는지는 현재로서는 확인하기 어렵다"고만 결론내렸다.

'전문분야 연구회 구조 개편 방안' 문건의 일부 © News1

'전문분야 연구회 구조 개편 방안' 문건의 일부 © News1

◇법관사찰·연구회 소멸 로드맵도 "아니다" "몰랐다"

의혹을 사전에 차단하는 듯한 당사자들의 진술은 법관사찰 문건과 국제인권법연구회 견제 문건에 대해서도 이어진다.

상고법원 등 법원행정처에 비판적인 입장을 피력했던 차성안 판사의 재산목록을 뒷조사한 이유에 대해 임 전 차장은 "차 판사가 경제적으로 어려워 판사를 오래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재산관계 검토를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뒷조사 차원의 지시가 아니었다고 부인한 것이다.

연구회 중복가입 조치를 통한 이른바 '인사모 자연소멸 로드맵'이 처음으로 제시된 '(160325)전문분야연구회구조개편방안[박OO]' 문건에 대해 당시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던 고영한 대법관은 "당시 회의에서 그러한 문건을 본 적이 없고 관련 논의를 한 적도 없다"고 진술했다. 이같은 진술은 "이 정도 사안이면 처장 주례회의에서 논의됐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임 전 차장의 주장과 배치된다.

인사총괄심의관실이 '(160310) 국제인권법연구회 대응방안 검토 (인사)' 문건을 작성한 경위에 대해서도 관련자들은 "정기인사 이후여서 인사총괄심의관실이 여유 있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인사상 불이익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목적으로 인사총괄심의관실에 보고서를 작성한 게 아니라는 취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원 일각에서는 진상규명을 위해서라도 외부기관에 의한 강제조사가 필수적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조사단 조사는 사실상 '면담' 수준으로 이뤄졌다"며 "형사처리를 하지 않더라도 강제조사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조사단 관계자도 "법원을 떠난 분들이 조사나 진술을 거부할 경우 더는 추궁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수사단을 이끌었던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조사단은 문건 조사에 치중했고, 그러다보니 문건조사 내용 속에 형사책임이 있느냐 없느냐가 주로 문제가 됐던 것"이라며 "법리 구성을 달리하거나, 더 깊이 있게 조사·검토하거나, 새로운 사실이 추가되거나 하면 얼마든지 형사 조치를 취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르면 다음주 사법행정권 남용 관계자들에 대한 형사처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dosool@news1.kr

관련 태그 이슈 · 양승태 '재판거래'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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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6/10 [15:42]  최종편집: ⓒ yeslaw.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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