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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제도(대법원) 개혁 논의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상고제도(대법원) 개혁 논의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사법연대 기사입력  2021/07/28 [20:07]
 

7월 15일 민변, 참여연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이탄희 의원실 공동주최로 토론회(‘상고제도 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가 열렸고 서선영 변호사가 발제 한 꼭지를 맡았습니다. 발표 주제는 ‘대법관 증원론을 중심으로 한 상고제도 개혁안’이었지만, 상고제도 개혁 논의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에 대한 강조도 중요한 내용을 차지했습니다. 발표 내용(발제문, 구두발표 내용 종합)을 간단히 설명, 요약한 글입니다.

상고제도(대법원개혁 논의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서 선 영

대법원을 생각하면 13명의 대법관이 법대에 앉아 판결을 선고하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문에는 다수의견, 별개의견, 반대의견, 보충의견 등 각 대법관의 입장이 기록된다. 이런 판결문을 보면 각자 자신의 법적 소신과 철학을 가진 대법관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치열하게 토론을 해서 어렵게 도출된 결론이겠거니 하는 기대를 하게 되고 그 기대는 타당하다.

그러나 우리가 기대하는 전형적인 이미지와 대법원의 실제 모습은 다르다.

1) 한국의 대법관 수는 14명인데, 1년에 대법원에 접수되는 사건수는 44,328건이다(2020년 사법연감 기준). 대법관 1인당 사건수로 환산하면 3,693건이다. 전원합의체(13명)의 토론은 고사하고 소부(4명으로 구성)에서도 한 사건당 시간을 들여 제대로 토론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법원 판결의 전형으로 여겨지는 전원합의체 사건은 대법원 사건의 0.05%에 불과하다. (참고로 1인당 사건수 계산에서 14명이 아니라 12명으로 나눴다. 대법원장은 일상적인 재판에는 관여하지 않고, 대법관 중 1명은 법원행정처장으로 재판을 안하고 행정업무만 한다. 대법관 한명이 행정업무만 하고 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2) 활발한 의견의 교환과 토론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견’을 가진 존재가 필수적이다. 우리 대법원은 어떨까? 여성대법관이 최초로 임명된 것은 2004년이었다. 반세기가 넘는 기간동안 대법원에서는 남성들만 모여서 토론을 하고, 남성들만 판결문을 써왔다는 것이다. 서울대, 오십대가 대부분이라는 것까지 합쳐서 일명 ‘서오남’이라고도 부른다. 고위법관 출신이 대다수다.

3) 전원합의체 자체는 치열한 토론을 통해 나온 것일까? 법관의 관료화(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체제)가 심각한 때일수록 전원합의체 토론의 실질에 의문이 가는 일들이 많았다. 관료화가 극심했던 양승태 시절 전원합의체 판결 116건 중 33.6%(39건)가 전원일치 판결, 즉 소수의견이 없는 판결이었다. 원세훈 국정원장의 선거개입 사건도 전원합의체에서 13:0으로 항소심(공직선거법등 위반 유죄 인정)을 뒤집고 파기환송됐는데, 나중에 사법농단 문건에서 청와대와 뒷거래 흔적이 드러났다. 권력의 정당성을 지원해주는 수단으로 전원합의체가 동원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다.

위와 같이 우리 상고제도의 문제는 여러 측면에서 문제들이 쌓여있다. 상고심 개혁 논의는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논의들은 우려되는 지점들이 있다. 상고심 개혁에서 견지되어야 할 원칙 내지 놓치지 말아야 할 점, 우려는 이렇다.

1) 상고심 사건수 과다, 대법관 1인당 사건수 과다의 문제를 줄이는 것은 상고심 사건의 충실한 심리를 위한 수단, 궁극적으로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숫자’에만 중심을 두다보면 기본권 보장이 지금보다 후퇴하는 방식의 접근이 될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상고허가제(심사제)를 도입해서 상고심으로 올라가는 사건수 자체를 줄이자는 제안이다. 우리 하급심 재판은 ‘5분 재판’이라 불린다(판사 한 명이 주당 55시간 근무하는 것을 가정했을 때 사건 접수부터 종결까지 사건당 평균 투입시간이 소액사건 30분, 단독 사건 3시간 20분, 합의사건 7시간이라는 자료가 있다). 하급심이 이러한 상황인데 거기에 상고심으로 가는 길목마저 대폭 줄이는 접근은, 감당 가능한 기본권 제한을 넘어선 침해의 수준이라 생각한다. 상고심 사건을 제한하는 방안은 동의하기 어렵다.

2) 법원의 관료화가 심해지면 대법원 판결도 대법원장의 의중을 살피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사법농단이라는 있어서는 안되는 사건은 적어도 이런 교훈은 남겼다. 그렇다면 상고제도 개선 방법중 관료화를 더 강하게 할 위험이 있는 방식은 개혁이라고 보기 어렵다. 예를 고위 법관직을 새롭게 창설해서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강화/확대하는 방식으로 상고제도를 바꾸서는 안된다.

3) 상고심 제도 변화는 하급심에 영향을 미친다. 자칫 상고심을 개선한다는 목적 달성이 하급심의 약화를 초래해서는 안된다. 상고심 문제도 심각하지만 대법관 숫자만이 아니라 법관들의 수가 부족한 사실도 강조될 필요가 있다. 상고심 개선과 하급심 개선을 반비례 관계처럼 접근해서는 안되며 그런 접근으로는 재판청구권을 실질화하는 방식의 문제해결이 될 수 없다. 하급심, 상고심 개혁은 동시에 병행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4) 소수의견이 적극적으로 제시될 수 있고 토론될 수 있도록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 학벌, 성별, 연령대의 다양성을 넘어 다양성의 다양성, 입체적 다양성이 필요하다. 상고제도 개혁 논의를 상고심 사건 과다의 문제로만 접근하는 것에 우려가 있다.

5) 대법원으로서의 권위는 판결의 정당성과 설득력으로 획득되는 것이어야지, 대법원의 최고법원성을 유지하기 위해 대법관수 확대에 소극적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대법관이 9명(미국), 15명(일본)인 곳도 있지만 130여명(독일, 전문대법원까지 합치면 300여명), 90여명(프랑스)도 있다. 대법관이 많다고 해서 최고법원성이 훼손되는 것도 아니고 권위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6) 상고심 개혁은 말 그대로 개혁이어야 한다. 상고제도만의 개선이 아니라 한국 사법제도 전체의 개혁과 연동되어야 한다는 점, 그러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조망이 필요하다는 점은 계속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 토론회 자료집과 영상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 토론회 영상 다시보기 (유튜브)

>> 토론회 자료집 내려받기

▲     ©사법연대

 

▲     ©사법연대

 

 


 
기사입력: 2021/07/28 [20:07]  최종편집: ⓒ yeslaw.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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